지난 14일 발생한 일산 산부인과 병원 화재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발화 감지, 관리상의 문제 등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당시 화재로 입원한 환자들은 출산을 앞둔 임신부를 제외하고 모두 퇴원해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27일 “국과수 감정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화재 당시 발화 감지 여부나 관리상의 문제 등을 수사 중”이라며 “특별한 위법 사항은 발견된 것이 없고, 대피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CC(폐쇄회로)TV 등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불은 14일 오전 10시7분께 병원 1층 커피숍 출입구 통로 천장 부근에서 시작됐다. 외부로 노출된 배관의 동파를 막기 위해 설치한 열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번 화재로 산모 74명, 신생아 66명, 직원 145명, 내원객 300여명 등 580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로 불이 난 1층은 주차장이 있는 필로티 형식으로 지어졌다. 1층은 규모가 작아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특히 7~8층 조리원에 있던 산모들은 연기가 급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불이 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리원에 있던 보호자는 “8층에서 화재 경보음을 듣지 못했고 불이 난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 창밖으로 보니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대피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도 모르고 있는 것도 황당하지만 밑의 층에 불이 났느냐고 묻자 간호사가 ‘아직 전파가 안 됐냐’고 되묻는 모습이 너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대피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들의 과실이 있는지 살피고 있는 까닭이다.
경찰은 다만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시각경보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층수가 5층 이상이고 연면적이 3000㎡를 초과하는 경우, 1층에서 불이 났을 때는 1층과 그 위아래층에만 경보가 울리게 돼 있어 위반 사안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초 전국적으로 필로티 구조에 대한 점검을 한 사실을 확인했고 지금까지는 병원 측의 위반사항이 따로 확인된 부분은 없다”며 “대피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가 일어난 뒤에야 소방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병원의 특성상 운동능력이나 신체능력이 일반인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재난상황에서는 피난을 유도하거나 보조해 주는 분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가 큰 이유”라고 말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야하는 등 법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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