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27일 기각하면서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질타한 것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가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하자 검찰은 즉각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맞받았다.
○ 法 “조국, 법치주의 후퇴, 국가 공정성 저해” 질타
서울동부지법은 567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구속영장에 기재하면서 “피의자(조 전 장관)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후퇴됐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통상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유무죄를 추단케 하는 표현을 자제하면서 ‘범죄 혐의의 소명이 된다’는 식으로만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과 대비된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면서 강한 어조로 행위의 위법성과 부작용을 지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정무적 판단”이라며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조 전 장관이나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조 전 장관을 엄호한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이례적인 법원의 질타 속에서도 영장이 결국 기각돼 조 전 장관은 실리를 챙겼고, 검찰은 수사 착수의 정당성과 성과 등 명분을 얻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과 조 전 장관이 일합(一合)을 겨뤘는데 무승부가 났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범죄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심도 있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결과가 금융위원회로 정상 통보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실무진의 착오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이 검찰의 추가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 靑 “법원이 필요 이상의 반응”
청와대는 “죄질이 나쁘다”는 법원 설명에 들끓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장실질 심사는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다”라며 “법원이 필요 이상의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법원이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조 전 장관을 질타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참모 가운데 첫 구속 사례인 데다 유 전 부시장의 부실 감찰 의혹이 청와대로도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석상에서 언급을 삼갔다.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는 영장 기각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전 정권 직권남용은 모조리 구속하더니 현 정권 직권남용은 감싸주기 바쁜 법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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