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 보관해
1심 무죄…2심 "경찰 연락오고 반납" 유죄
대법 "원심 직접심리주의 법리 오해" 파기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보관했다가 이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택시기사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택시기사 김모(55)씨의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원심이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1심에서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무죄 판결을 유죄로 바꾼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증인의 법정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원심이 밝힌 판단은 1심 판단을 뒤집을 만큼 특별하거나 합리적인 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가 고의로 휴대전화를 빼돌리려는 의사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도 없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1심 판단을 뒤집어 유죄를 인정했다.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경기 의정부에서 승객 A씨가 택시 안에 두고 내린 96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보관하다가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씨가 ‘휴대전화 잠금이 열리지 않았고, 배터리가 다 돼 이발소에 가서 충전을 맡겼다’고 진술한 점 ▲김씨가 ‘손님이 놓고 내렸는데 충전을 좀 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 이발사의 증언 ▲김씨가 휴대전화를 계속 보관하고 있던 점 등을 이유로 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빼돌리려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2심은 김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김씨가 A씨의 반환 요청을 받고도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다가 경찰 연락을 받고 난 뒤에서야 반납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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