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은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7월 부임한 그는 직원들에게 책임성, 공정성, 진정성의 세 가지를 강조하며 ‘가장 안전한 부산’을 만들자고 독려했다. 전국 경찰 최초로 ‘이웃순찰제’라는 주민 밀착형 치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부산시와 발맞춰 시내 주요 최고 속도를 낮춘 ‘5030 정책’ 역시 전국 지자체 중 처음 무난하게 안착시켰다.
특히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경비·경호는 빈틈이 없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 청장은 27일 동아일보와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을 상황, 드론이나 화학무기를 이용해 정상 암살을 노리는 테러가 발생했을 상황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분석해 수차례 회의와 훈련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교통 통제는 최소화해 4년 전 부산에서 열린 행사 때보다 시민 불편은 줄었다.
김 청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웃순찰제를 도입하기 전엔 기존의 유사한 치안 정책의 연구 결과뿐 아니라 외국 사례도 점검했다고 한다. 그는 “도보 전담으로 선발된 경찰관 517명이 담당 지역을 돌면서 주민들과 친분을 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불편 사항, 치안에 대한 걱정 등을 듣고 도움을 주는 게 이 제도의 핵심”이라며 “경찰관이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은 관련 기관에 알려 빠른 도움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거리를 배회하던 치매 의심 환자를 안전하게 귀가시킨 뒤 치매안심센터의 지원을 연결했고, 쓰레기 투기가 상습적이어서 주민 불만이 컸던 곳엔 구청 협조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수 있었다.
김 청장은 “경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많은 것이 좋아진다.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치안 성과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1명이던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올해 125명으로 크게 늘었고, 보이스피싱 검거율도 전년도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김 청장은 내년에도 ‘예방적 치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시화되면서 경찰의 어깨가 과거보다 훨씬 무거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권한을 주는 만큼 더 매서운 눈으로 경찰관을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경찰 스스로 증명해야 한단 얘기다. 김 청장은 “강력 범죄는 사전에 여러 징후를 드러내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경미한 일이라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발견되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더 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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