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항공업계 10대 뉴스 [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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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시아나항공 매각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했습니다. 모그룹인 금호그룹이 재정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소년가장’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 개발에 매각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항공사였지만, 국내 두 번째 국적항공사로 대한민국 하늘 길을 넓혀왔던 공로만큼은 인정을 해야겠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년간 항공기 보유대수가 80대 수준이었습니다. 항공기 보유대수는 항공사의 성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요. 80대 수준을 유지했다는 건 회사가 정체 상태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비율도 줄이며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서, 더 많은 항공기로 더 넓은 하늘 길을 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 B737맥스8 추락

지난해 10월과 지난 3월 항공업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보잉 737맥스8 추락 참사로 3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했기 때문이죠. 보잉737맥스8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사고 원인이 좁혀진 가운데, 전 세계는 안전이 100% 보장될 때까지 무기한 맥스8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말 맥스8 2대를 도입했는데요. 연료효율성이 좋고, 소음도 적어 LCC의 도약을 견인할 기대주였습니다만, 현재는 인천국제공항에 외롭게 주차돼 있는 상태입니다. 운항 중단에 따른 손해가 막심한데요. 보잉사는 최근 개별 항공사들과 운항 중단 피해에 대한 보상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보잉사는 737맥스 기종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행기를 생산한들 고객들에게 인도를 못하다보니 주차장에 비행기들이 쌓여갔고, 더 이상 주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생산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이 사고로 보잉사 CEO가 교체되고, 기업 신뢰 및 이미지 저하는 물론 실적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천하의 보잉사가 이런 사태를 맞이할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3. 이스타항공 매각

국내 LCC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주식 약 51%를 인수하기로 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항공사끼리의 지분 인수는 최초의 일인데요. 사실상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 및 사업 재편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수년간 항공업계에서 버텨오면서 각종 노하우와 운수권, 슬롯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국내 1위 LCC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공동 운항, 공동 마케팅, 공동 인프라 활용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지 기대가 됩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적극적으로 합종연횡 중입니다. 필요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 다양한 협력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이어 이스타항공 지분 매각까지, 업계는 그야말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데요. 업계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업계 재편도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한진그룹을 이끈 조양호 회장이 4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초 폐질환이 있던 조 회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는데요, 호전이 되던가 싶더니 올해 봄에 있었던 경영권 위협이 가시화 되면서 갑작스럽게 몸 상태가 안 좋아져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25세에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정비, 자재, 기획, 정보기술(IT), 영업 등 주요 항공 실무 업무를 두루 거쳤고, 법규도 줄줄 외울 정도로 전문성이 뛰어났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비춰진 것에 비해 너무 과소평가된 CEO 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고, 국제항공운송협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을 알렸습니다. 본인과 가족들의 논란 등 말년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조 회장이 대한민국 항공업계에 정말 큰 업적 남겼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대단했습니다. 베트남 파병도 경험했고 평창 올림픽 유치를 비롯해 프랑스와의 교류에도 앞장섰습니다. 프랑스 박물관에서 한국어 설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조 회장 덕분이죠. 고인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 회장은 생전 한 지인에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신규 LCC 3곳의 등장

올해 3월 정부는 신규 저비용항공사 3곳에 국제항공운송면허를 발급했습니다. 새로운 항공사 3곳이 탄생한 겁니다. 에어로케이와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가 주인공입니다. 에어로케이와 플라이 강원은 과거 한 차례 탈락의 아픔을 이겨내고 당당히 항공업계에 입성했습니다. 항공사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 요금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항공사간 지나친 경쟁으로 치킨게임이 발생해 항공사들이 구조조정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나치게 항공사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셈인데요. 새로운 항공사들의 출발을 응원하면서, 항공업계가 더욱 건실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6. 4년만의 중국 운수권 배분

올해 5월 중국행 하늘길이 활짝 열리게 됐습니다. 중국 하늘길은 그동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1사 1로’, 그러니까 하나의 항로엔 하나의 항공사만 취항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만큼 취항 기회가 적었죠. 1990년대에 이미 운수권을 배분받은 대형항공사들은 좋은 취항지를 선점해 놓았고요. 이에 신규 항공사들은 중국 운수권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주구장창 해왔습니다. 결국 정부간 협정을 통해 항로별 추가 취항이 가능해졌고 신규 노선도 열리게 됐습니다. 배분 결과 항공사들이 중국 하늘 길을 적절히 나눠 가지면서 중국 노선에 속속 취항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합니다. 쪽박이 날 수도 대박이 날 수도 있는 노선인데요.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7. 첫 몽골 노선 복수허용

그동안 몽골 노선은 30년 동안 대한항공의 독차지였습니다. 올해 2월 말 정부는 몽골과의 협정을 통해 2개 항공사가 취항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몽골 노선은 기본 탑승률이 70~80%를 웃도는 알짜 노선입니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1장의 운수권을 두고(인천발) 경쟁이 치열했죠. 결국 나머지 1장의 운수권은 아시아나항공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몽골 취항을 계속 요구해왔던 곳입니다. 결국 주3회 약 850석 규모의 항공기를 띄울 수 있게 됐습니다. 몽골의 자연과 밤하늘의 별은 정말 예술이라고 합니다.

8. 한국 항공업계 UN 행사 개최

항공업계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모인 항공업계의 UN이라 불리는 단체입니다. 1년에 한 번 연차총회가 열립니다. 이 영광스런 행사가 올해 한국(제 75회 연차 총회)에서 열렸습니다. 개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가 호스트 역할을 하는 관례상, 대한항공이 호스트로서 각 항공사들을 맞이했습니다. 총회 의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맡았습니다. IATA 총회에서 결의된 사항은 국제 항공업계의 규범이자 약속으로 지켜져 나가게 되는 바, 한국 항공업계의 위상이 한 단계 드높아진 행사였습니다.

9. B737 균열 이슈

보잉737 항공기를 점검하던 중,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부위인 ‘피클포크’ 라는 부품에서 몇 mm 길이의 실금(크랙)이 발견 됩니다. 보잉사는 비행 누적횟수 30000만 회 이상 항공기에 대한 전수 조사의견을 전달하고, 미국 연방항공청은 점검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통상 누적비행 40000만 회 이상일 경우 피클 보크에서 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누적횟수가 그 보다 이하인 항공기에서 크랙이 발견된 겁니다. 국내 항공사들도 총 점검에 나섰고 총 13대의 B737 항공기에서 균열이 발견됩니다. 크기는 최대 2cm수준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죠. 항공사들로서는 미칠 노릇입니다. 비행기는 놀면 안 되는데, 약 한달 동안 운항을 못하고 관리비용만 나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전이 우선! 현재 대부분의 항공기가 수리를 마쳤습니다. 사실 이번 크랙은 안전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전문가들이 대부분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승객들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슈였습니다.

10. 최악의 실적 기록한 항공사

경기침체로 인한 여행객 감소 및 여행비 지출 감소,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올해 항공사들의 실적은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특히 한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 불매 운동까지 겹치면서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올해 3분기(1~9월)까지 국내 모든 항공사들은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의 대부분이 일본 노선에 최대 매출과 이익을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일본 여행객들이 30% 이상 줄어들자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대규모 운항 중단 및 노선 운휴를 단행했습니다. 일본 노선에서 뺀 항공시를 동남아로 돌리고 있지만, 동남아 노선의 공급량이 늘다보니 수익은 또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죠. 설상가상으로 홍콩 자유화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노선도 중단 및 운휴를 했습니다. 올 한해 항공업계는 정말 악재란 악재는 다 겪은 듯 합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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