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큰 별, 배우 신성일 씨가 2018년 11월 8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망 원인은 폐암이었다. 한때 흡연가였던 그는 1982년 담배를 끊었고 2013년 인터뷰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할 정도로 35년 넘게 금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이제라도 건강을 생각해 금연하자’고 결심하는 애연가들이 많다. 실제 정부의 꾸준한 금연사업과 담배에 대한 위해성 인식 확대로 흡연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건강검진통계연보에 따르면 조사대상 500만 명의 흡연율은 21.5%로 2013년 24.9%, 2016년 22.1%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남성 흡연율은 2013년 42.4%에서 2018년 36.9%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폐암 환자 수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같은 달 발표된 2017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폐암 환자는 2017년 한 해에만 2만6985명이 새로 발생해 위암, 대장암에 이어 전체 암 발생자 중 3위를 차지했다. 전년 4위에서 순위가 한 단계 오른 것이다. 연령을 표준화해 보면 폐암 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폐암 발생률이 소폭 감소(2017년 기준 전년대비 -1.5%)했지만 감소 폭은 갑상선암(-10.8%) 위암(-4.7%) 대장암(-4.1%) 등 다른 주요 암들에 훨씬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흡연 전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담배를 끊는다고 폐암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흡연 효과는 보통 20~30년 후에 나타난다”며 “1970~80년대 당시 남성 흡연율이 70~80%에 달했는데 그 결과가 30년 뒤 지금 폐암 발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5년 이상 흡연했다면 (금연했다고 해도) 폐암 고위험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역시 폐암이 크게 줄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장승훈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장은 “남성 폐암 발생률이 조금이나마 줄고 있는 것은 연령을 표준화한 계산법 때문”이라며 “보통 노인들에게 폐암 발병이 많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폐암 환자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연령대별 10만 명당 암 발생률을 보면 ▲0~14세 14.1명 ▲15~34세 66.8명 ▲35~64세 470.1명 ▲65세 이상 1542.2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모든 암 발생이 많아지지만, 특히 폐암은 고령으로 갈수록 발병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 34세까지는 미미하던 발생률이 35세부터 껑충 뛰기 시작해 65세 이상 노년층에 이르면 261.9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사망률 역시 마찬가지다. 폐암 생존율은 다른 암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65세 이상 노인 중 암 사망자의 다수가 폐암 환자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위암 사망자와 비교해도 거의 2배 수준이다.
의사들은 고령이고 흡연 전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폐 검진을 받으라고 권한다. 지난해부터 국가건강검진 설문에 흡연 전력을 묻는 질문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현재 흡연 중인지 여부만 확인해 수검자의 흡연 이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30년 동안 하루 1갑씩 피운 흡연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이제 폐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을 수 있다”며 “생존율이 높지 않은 폐암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폐암 발병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금연은 여전히 중요하다. 6년 이상 담배를 끊으면 폐암 발병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최소한 한 달은 담배를 멀리 해야 한다. 금단 현상은 24시간 이내 나타나고 사흘째 최고조에 이른다. 이후에도 불안, 초조, 짜증 같은 감정기복이 3주 가량 이어진다. 니코틴 중독자라면 개인의 의지만으로 금연하기가 쉽지 않으니 약물치료나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전자담배로 대체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이 교수는 “일반 담배가 가장 유해하지만 다른 형태의 담배 안에도 유해 성분이 있고 이로 인해 폐질환이 발생했다는 해외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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