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야생멧돼지를 잡다 숨지거나 상해를 입는 엽사들을 위한 피해보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3일 “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받은 엽사도 포획 활동 중 야생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을 시 피해보상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를 주관하는 환경부가 이런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12월 강원 영월군 기동포획단원인 베테랑 엽사 우모씨(63)가 야생멧돼지를 잡으려다 되레 공격을 받아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엽사들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받고 포획 활동을 하던 중 야생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관련 규정상 피해보상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엽사들이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들어놓은 개인 수렵보험도 야생동물을 포획하던 중 야생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은 피해사례엔 보험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지자체 “포획 활동 중 피해 발생해도 보상할 의무 없어”
환경부는 수렵 등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받은 포획 활동 중에 일어난 피해사례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보상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 같은 경우 피해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이 엽사 지원근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월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한 정부 지침이 없다보니 피해 보상을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할 근거가 없는 상태다.
환경부는 다만 야생동물 출현으로 인한 농작물·인명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받은 엽사도 포획 활동 중 야생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을 시 피해보상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 수렵보험 든 엽사만 선별한다??총기 오발 아닌 이상 ‘무용지물’
환경부와 영월군을 비롯한 각 지차체들은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개인 수렵보험에 가입한 엽사들만 선별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렵보험은 야생동물을 포획하던 도중 야생동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례엔 전혀 적용되지 않기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한 수렵 전문 관계자는 “개인 수렵보험을 들어도 총기 오발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아닌 이상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더욱이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례에 대해선 보험적용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고를 당한 엽사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연간 20여만 원씩 10년 넘게 수렵보험을 들었던 우씨지만 결국 정부와 지자체, 보험회사 그 어느 한 곳에서라도 죽음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엽사의 생을 마감해야 했다.
◇어쩌다 이런 변을…최근 5년 강원도 내 멧돼지로 인한 사상자 13명
10년 이상 엽사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인 우씨는 지난해 12월 동료 엽사 2명과 함께 영월의 한 야산에 올랐다.
우씨는 협곡에서 대기한 사냥개들이 몰아주는 200㎏의 거대 멧돼지를 잡으려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멧돼지의 돌진을 이기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원거리에 있던 동료 엽사들이 미처 손 쓸 새도 없던 순간이었다.
당시 엽사들과 함께 멧돼지를 몰았던 사냥개 4마리 중 1마리도 멧돼지의 공격에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격발 소리는 없었다. 단지 숨진 우씨의 총기 안에 탄알 1발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경찰은 순간적인 총기 고장으로 인해 미격발됐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우씨는 최근 강원도 내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확산을 막기 위해 영월군이 수렵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만든 기동포획단원이었다.
지난해 12월6일부터 엽사 30명으로 꾸려진 영월군 기동포획단이 포획한 야생멧돼지는 현재까지 총 260여 마리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도내 발생한 야생멧돼지 인명피해는 3명 사망, 10명 부상으로 총 13건이다.
사망자 3명 중 2명은 산에 약초를 캐러갔다 변을 당했고 1명은 멧돼지포획에 나선 우씨다.
10명의 부상자들은 수렵, 멧돼지 출몰·난동 등으로 인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월=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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