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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니아©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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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왕의 열매’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로니아가 ‘혈세 먹는 열매’로 전락하고 있다.
연이은 가격 폭락에 농가마다 재고가 쌓이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물량 폐기·과원 정리를 지원하는 상황이다.
8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8억2493만원을 들여 도내 아로니아 재고 물량 폐기를 지원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추진한 이 사업에는 충북지역에만 국비 3억2997만원, 도비 9899만원, 시군비 2억3098만원이 투입됐다. 나머지 1억6400여만원은 농가 자부담 금액이다.
이 같은 예산을 지원해 충북지역 아로니아 재고 물량 390톤을 폐기 처분했다.
재고 물량 폐기뿐만 아니라 아로니아 재배 농가 폐원(閉園)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충북에서 5억3700만원을 들여 300여곳의 아로니아 재배 중단을 지원했다.
아로니아 재고 물량 폐기와 일부 농가 폐원에만 12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도내에서 재배 농가가 가장 많은 단양군은 올해도 2억4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농가 폐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로니아는 지자체와 농민의 효자 품목으로 주목 받았다.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100g당 630㎎으로 포도의 80배나 되고, 석류나 블루베리보다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농민들도 재배가 용이하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아로니아 재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고, 지자체도 적극적인 홍보로 이를 뒷받침했다.
충북지역의 아로니아 재배 면적은 2013년 113㏊에서 2015년 227㏊, 2018년에는 392㏊까지 늘었다.
생산량도 2015년 823톤에서 2018년에는 1312톤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공급은 폭증한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창고에 쌓이는 재고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2014년 ㎏당 4만원에 육박하던 아로니아 가격은 지난해 ㎏당 1만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가격 폭락에도 재고 물량이 소진되지 않자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폐기 처분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생산자 등의 요구를 수용해 한시적으로 지원한 사업이다.
해마다 아로니아 재고 물량 폐기에 혈세를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고 물량과 관련해 올해는 지원 계획이 없다”면서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원 정비 사업’으로 재배 면적을 줄여나가면 점차 안정을 찾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농민들은 지금보다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더 늘려 아로니아 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용식 전국아로니아협회 회장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작목 중 아로니아만한 건강식품이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아로니아의 효능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지금의 사태는 생산량 확대와 판매에만 급급해 상품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부 농가의 책임도 있다”면서 “이제 남아 있는 농가들만이라도 아로니아 관련 연구개발과 지자체 지원 등을 늘려 제대로 육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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