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들어 있던 알코올중독 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균용)는 10일 오후 2시께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36)의 선고기일에서 원심인 징역 10년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살인의 범의를 인정하긴 어려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7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귀가한 후 평소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던 아내 A씨(40)가 만취해 잠든 것을 보고 화가 나 복부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인인 여성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부인 A씨가)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하자 말다툼을 시작했다.
언쟁 끝에 격분한 김씨는 “집에 가서 물어보고 아내가 거짓말한 것으로 확인되면 죽이겠다”며 귀가한 뒤, 아내가 또다시 술을 마시고 만취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분노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평소에도 알코올중독 증세의 부인이 술에 취해 있을 때 자주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B씨는 김씨가 화가 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자 자신의 남편에게 김씨를 말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김씨가 귀가 직후 범행을 저질러 결국 A씨가 숨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A씨는 알코올중독 증상으로 수 차례 병원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잦은 음주로 위장이 손상돼 병원치료를 받는 중에도 술을 마시다가 퇴원 조치되는 등 중증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부인을 대신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벌고, 아내를 병원으로 수시로 데려가 음주습관을 치료하고 부부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아내를 폭행한 것이 아니라는 김씨 측 주장에는 “살인죄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피고인은 폭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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