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장수 발전기로 1일자로 42년 만에 폐지된 제주GT(가스터빈) 3호기 외관.(한국중부발전 제주본부 제공)
2006년 4월1일 오전 10시36분. 제주도 전역이 마비됐다.
제주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제주지역 발전소 3곳이 연쇄적으로 멈춰 서자 제주도 전역에 전력 공급이 끊긴 것이다. 사상 유례 없는 제주도 전역의 정전은 2시간30분 가량 지속됐다.
제주 최악의 정전으로 기록된 2006년 광역 정전은 제주 전력 44.5%를 공급하던 해저송전케이블의 사고가 발전소 과부하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완전히 고립된 제주의 언제 끝날지 모를 정전을 해결한 건 바로 ‘제주GT(가스터빈) 3호기’였다.
모든 발전소가 멈춘 순간 제주GT 3호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체 기동해 전력을 만들어 다른 발전소들에게 보낸 것이다. 그렇게 제주GT 3호기는 위기 상황에서 존재 가치를 빛내며 대규모 정전사태의 장기화를 막아냈다.
제주지역 광역 정전 시 자체기동발전기이자 도내 최장수 발전기인 제주GT 3호기가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주 최장수 발전기로 1일자로 42년 만에 폐지된 제주GT(가스터빈) 3호기 내부 모습.(한국중부발전 제주본부 제공) 10일 한국중부발전 제주본부에 따르면 제주화력발전소에 있는 제주GT 3호기(55㎿)는 올해 1월1일자로 폐지됐다. 1977년 12월 최초 설치된 지 42년 만의 일이다.
제주GT 3호기는 당초 부평내연 발전소에서 운영되다가 1994년 6월 제주에 긴급한 전력 공급을 위해 이설됐다.
특히 전력연계선 사고 등으로 인해 제주에서 광역 정전이 발생할 경우 자체 기동해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발전기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1980년대 설치됐던 내연 발전시설 1~8호기 등 다른 장수 발전기들이 차례로 폐지되는 와중에도 제주GT 3호기는 도내 최장수 발전기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다.
제주GT 3호기는 40년이 넘는 장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폐지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에도 48㎿ 전력을 공급했다.
사실 제주GT 3호기의 노후화에 따른 폐지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처음 폐지 이야기가 나온 건 2002년 수립된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었다. 당초 제주GT 3호기는 2011년 1월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섬이라는 제주의 특성상 늘 불안정한 전력 공급 문제에 시달려온 탓에 폐지시기는 3차례 연기됐다. 가동 기간은 총 9년 늘어났다.
2017년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폐지시기가 2019년 12월 말로 또 한 차례 미뤄진 후 제9차 기본계획 관련 회의에서 검토 결과 폐지가 최종 결정됐다.
제주GT 3호기가 맡아온 자체기동발전기 역할은 한국남부발전에서 운영 중인 한림복합GT 1호기가 맡는다.
제주GT 3호기 폐지에 따라 제주 전력 생산 설비용량은 지난해 149만5500㎾에서 올해 144만5900㎾로 줄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 전력 공급능력은 120만4800~135만770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제주지역 최대전력수요는 8월8일 96만5000㎾로, 같은 해 1월26일 겨울철 역대 최고기록인 95만㎾를 넘어섰다. 당시 예비 전력은 27만8000㎾로 예비율은 29.8%를 기록했다.
한국중부발전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 운영된 GT 3호기가 지난해 12월3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했다”며 “폐지된 제주GT 3호기의 처리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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