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 대전고검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각각 대검찰청 차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이 지검장을 향해 “검찰 인사담당 검찰국장으로서, 인사 대상이 됐던 검찰 고위 간부 여러 명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자를 발송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자 내용 첫 부분에는 약을 올리는 듯한 표현이 들어가 있고, 중간에는 독설에 가까운 험한 말이, 마지막 부분에는 ‘주님과 함께하길 바란다’는 말이 들어가 있다”면서 “마치 권력에 취해 이성을 잃은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늦게 “개인 간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유출되고 심지어 왜곡되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소재로 사용되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며 문자메시지 전문을 공개했다.
“늘 좋은 말씀과 사랑으로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관심을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그럭저럭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말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늦은 시간이다. 평화와 휴식이 있는 복된 시간 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200자 안팎의 문자 내용만 보면 주 의원의 주장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문자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지검장이 문자를 보낸 시점과 전후 사정을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의 검찰 무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 고검장은 7일 밤 다음 날 오전에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고 이 지검장과 연락을 취했다. 강 고검장이 이 지검장에게 몇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자 문자로 “사전에 심의를 충실히 해야 하니 인사위의 구체적 안건을 알려 달라”, “총장님께 오전에 인사안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더 일찍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검장은 밤늦게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가 8일 새벽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인사위 안건을 알려주지 않기 위해 강 고검장에게 일부러 동문서답을 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몫 당연직 인사위원인 대검 차장의 문의에 엉뚱한 덕담만 내놓은 건 불통 인사를 작정했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고검장은 현재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13일 대전고검장 취임식도 생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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