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갔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학생과 학부모 및 관계자들은 학교폭력과 관련해 학교와 자치위원회가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학부모 열명 중 네명은 학교가 학교폭력 해결 능력이 없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는 16일 ‘학교폭력사건 처리절차 및 과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10월2일부터 30일까지 전국의 학생 474명과 부모 및 관계자 306명(총 78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특히 학교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학원 폭력사건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2.5%가 학교폭력 해결능력이 없다고 답했고 긍정적 답변은 22.3%에 불과했다. 학폭위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76.8%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종전의 학교폭력예방법이 사소한 사안에도 자치위원회에 회부돼 학생들의 건강한 관계회복이 어려워 이를 해결하고자 마련됐다.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학교장이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조치에 불복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해 학교폭력 처리절차를 일원화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미한 학교폭력사건을 학교장이 자체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학부모와 관계자집단 중 57.8%가, 학생집단 중에서는 57.2%가 학교의 장의 자체해결방안에 반대했다.
이들은 주로 “학교나 가해학생 측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할 것”이라며 자체 해결방안에 반대했다.
아울러 학교폭력을 그럼 누가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다수는 ‘중재전문기관과 외부전문가’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학부모 및 관계자는 60.5%가, 학생들은 36.9%가 이에 찬성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해 학교 측에서 선도조치를 할 경우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 문제와 관련, 학부모와 학생집단은 기록을 삭제하면 안된다는 응답을 대거 내놓았다.
학부모 및 관계자들 중 52.9%, 학생집단 중 73.8%가 가해학생의 생기부 기재 삭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학부모와 관계자 집단이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의 자율적 해결능력에 동의한 비율이 낮았다”며 “이는 자치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과 중립성, 역할 에 대한 회의와 불명확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학교장 자체 해결을 추진할 경우 피해학생의 동의절차와 형식, 자체 해결사안의 명료한 기준설정, 처리절차의 구체적인 지침을 조속히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학부모 및 관계자들 78.4%는 학교폭력사건에 대해 당사자간 화해절차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당사자간 분쟁해결의 조정을 수행할 주체로는 응답자의 60%가 중재전문기관과 외부전문가를 꼽았다. 화해가 중요하지만 학교와 학폭위가 아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학교폭력사건 처리 초기부터 중재전문기관에서 파견된 외부전문가의 도움과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