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개편안 주도 이성윤 앞에서… ‘윤석열 취임사’ 읽으며 반대한 중앙지검 간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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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헌법정신 강조 A4 1장 분량
서울중앙지검 간부회의서 인용… 檢내부 “李지검장의 자가당착”
대검, 개편안 일부 반대 의견 제출… 秋법무 “檢 직접수사 줄여야”

뉴시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됩니다.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16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난해 7월 취임사 중 한 구절을 그대로 읽었다. 13일자 인사 전까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있으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없애는 직제개편안을 주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앞에서 윤 총장의 ‘헌법 정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 검찰개혁론자 앞에서 ‘윤석열 취임사’ 읽은 서울중앙지검 간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위해 16일 이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은 차장검사들에겐 모두 돌아가면서, 부장검사들은 원하는 이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송 차장검사는 윤 총장의 취임사 중 A4용지 1쪽 분량의 내용을 인용해 읽었다. 이후 “윤 총장의 말씀을 다시 읽어봐도 새길 글이다. 이 마음을 품고 일했고 좋은 후배들 만나서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계속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송 차장검사의 후배 검사들도 동의를 표시했다.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은 “(직접수사) 부서들이 정말 중요하고 이 지검장님이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지검장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듣기만 했다고 한다.

법무부 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4곳이 2곳으로, 공공수사부는 3곳에서 2곳으로 줄어든다.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진행 중인 송 차장검사 등은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해야 하고, 검사의 전문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법무부의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지검장은 자신이 검찰국장으로 있을 때 만든 안에 반대하는 검사들의 반론을 면전에서 접하고, 이를 대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으로서는 자가당착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 직접수사 축소안에 “신중한 검토 필요”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일부 반대 의견을 16일 법무부에 제출했다. “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담 부서는 그대로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론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중 13곳을 없애겠다는 법무부 안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고 한다. 윤 총장이 지난해 반부패수사부의 축소 등을 약속하는 등 개혁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속도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형사부, 공판부를 강화하는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찰은 범죄 대응 수사 역량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조직과 인력 운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2019년 우수검사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라고 당부했다. 또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민생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다해 달라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는 방향의 법무부 안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가 직제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고 나서야 검찰에 의견을 물은 점 등에 비춰보면 이른바 ‘1·8대학살’로 불리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직제개편이 확정될 때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정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직제개편안#추미애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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