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을 앓고 있던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쳐 구속 후 재판을 받던 70대 친모가 1심서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풀려났다.
재판부는 자신이 죽으면 병을 앓는 딸을 보살필 사람이 없어 범행에 이르게 됐다는 딱한 사정을 받아들여 친모에게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제12재판부(재판장 송현경)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0)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15년 동안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간병하면서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겪어왔을 것으로 보이고 간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장기간 헌신적으로 간병해왔으나 나이가 들고 심신이 쇠약해져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죽으면 피해자를 간병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피해자와 같이 죽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실제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피해자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비극적인 결과를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사망하면 딸을 보살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딸을 죽이고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아픈 딸을 극진히 보살펴 왔고, 고령인 점,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A씨는 지난해 9월24일 낮 12시40분께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친딸 B씨(48)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인근 야산에 올라가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A씨는 2004년부터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2012년 고관절이 부러져 거동이 어려운 딸을 15년간 간병해오다 우울증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2004년부터 뇌경색을 앓은 딸의 오랜 병 간호에 지쳐 힘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며 “딸을 먼저 보내고 나도 따라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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