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생명을 살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중증외상환자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이는 권역별 외상센터 설립과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헬기) 도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병원 고위층과의 오랜 갈등 끝에 이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국종 없는 외상센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이 교수 사퇴 후 누가 외상센터장을 맡을지가 관심이다. 병원 안팎에서는 이 교수의 수제자이자 현재 본원 외과 과장인 정경원 교수 등을 적임자로 꼽는다. 그러나 병원 측이 이른바 ‘이국종의 사람’을 후임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이 교수 사퇴 이후 외상센터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부나 시도지사가 응급의료법에 따라 센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교수의 인지도로 병원이 얻은 수익이 크고, 지정 취소 시 토해내야 할 국비가 최대 80억 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손해가 만만찮다”며 “쉽게 그만둘 수 없는 만큼 병원 측이 계속 운영하면서 전보다 소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닥터헬기가 아주대병원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병원 측은 주변 아파트에서 민원이 제기되고 진료를 보는 데 시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헬기의 잦은 사용을 달갑지 않게 여겨왔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공개로 만나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권역외상센터 건립에 200억 원을 지원한 지방자치단체다. 헬기 운영에도 올해 7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제 닥터헬기도 아주대병원에서 하기 힘들 것”이라며 “경기도에서 들여온 것이니 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교수가 외상센터 운영이나 중증외상환자 치료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없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외상센터 의료진은 대부분 그가 선발하고 육성한 인력이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도 이 교수에게 막말을 한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에게 퇴진을 요구한 상태다. 유 의료원장의 임기는 2월 말까지다. 17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유 의료원장을 업무방해,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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