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와대가 독립성 흔들어” 인권위 게시판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03시 00분


‘조국 진정사건’ 대응 불만 토로… 조국 옹호 박찬운 위원, 회피 신청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서 검찰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란 국민청원을 공문으로 보낸 뒤,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인권위의 대응을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게시판은 소속 직원만 열람, 작성할 수 있다.

13일 게시판에는 ‘조 전 장관 사건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글이 익명으로 실렸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청와대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글쓴이는 “인권위원들도 조사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입장을 밝혀 달라”고도 했다.

댓글도 동조 분위기가 강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은) 건국 이래 어떤 범죄 행위자보다 특권을 누린 가족’ ‘힘 있는 자들이 인권위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등이다. ‘청와대가 사실상 지시한 건데,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란 반응도 있었다.

같은 날 새로 임명된 박찬운 상임위원(58)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올드 걸’에 이어 ‘올드 맨’까지 인권위를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초창기 인권위 설립을 주도한 최영애 인권위원장에 이어 당시 함께한 박 위원까지 돌아와 인권위가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관련 진정을 담당하기로 예정됐던 박 위원은 17일 최 위원장에게 진정 회피를 신청했다. 인권위의 한 인사는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위원은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진정을 낸 은우근 광주대 교수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인권위#조국#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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