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갈등의 원인이 고질적인 문제인데다 노조가 승무시간 연장과 철회 과정에서 사측이 일방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며 유감을 표명,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1일 오전 4시10분 “공사의 승무원 운전시간 원상회복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열차운전 업무지시 거부를 유보하고 현장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오후 공사가 브리핑을 통해 승무시간 연장조치를 원상복귀한다고 밝힌지 약 12시간 만이다. 노조는 사측이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이날 오전 첫차부터 모든 승무원이 열차 탑승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사측이 한발 물러나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지하철 ‘대란’을 피한 모양새다. 노사는 이번 업무지시 거부에 승무원 중 최소 87%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치 시행부터 철회까지 노사 양측이 교섭을 통해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안전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내년 양 공사 통합 4주년이 되면 인사교류 등 모든 것이 합쳐져서 일원화된다”며 내년 5월 전까지 노조와 교섭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노조는 “노조 공식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내부논의와 함께 20일 오후부터 21일 오전 3시까지 진행된 노사 실무교섭에서 ‘공사 약속이 문서로 확인돼야 한다’는 노조 입장과 이를 거부하는 공사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공사가 원상회복 조치를 발표하는 마지막까지 법률위반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노조를 비난했다”며 “본질을 흐리고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는 공사의 그릇된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가 노조와 소통 없이 일방적, 기습적으로 원상회복을 발표한 것은 여전히 노조를 동등한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는 고압적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며 노사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사는 앞서 지난해 11월18일 공사가 승무시간을 기존 4시간30분에서 4시간42분으로 늘리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팽팽한 대립을 이어왔다.
노조는 사측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치를 시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사측이 임단협 합의를 위반한데다 근무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노사는 승무분야 인력운영제도 개선을 위해 2018년 하반기부터 여러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해 9월 이 사안을 임단협 교섭을 통해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기한은 11월15일로 정했다.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운전시간 조정안을 철회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운전시간 조정을 더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은 임단협 합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는 인력부족 문제를 인력충원이 아닌 근무시간 연장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승무분야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휴일 대체근무를 줄이고 비상 시 필요한 인력을 차질 없이 충당해 과도한 초과근무를 줄이고 적당한 휴식과 적정근무를 바탕으로 승무원이 안전운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체 직원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정당하게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승무원이 휴가를 쓰면 대체 근무자에게 대무수당을 지급하는데, 근로시간 중 대기시간을 운전시간으로 약간 상향 조정하면 실제 운행 투입인원이 감소돼 대무수당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조의 근로기준법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취업규칙에 명시된 ‘교번근무자의 운전시간은 1일 4시간 42분으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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