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거나 허위·과장광고를 하며 부정하게 입찰에 참여한 정황이 있다며 서울시가 수사를 의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태일)는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3개 건설사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점검한 결과, 입찰 과정에서 이들 3개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사업비 및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해 부정하게 입찰에 뛰어들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건설사 간 과열양상이 보이자 특별 현장점검에 나섰고,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 적은 내용 20건가량이 도시정비법 제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업비와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것은 재산상 이익을 직접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입찰제안서에 ‘특별품목 보상제’ ‘분양가 보장’ ‘단지 내 공유경제 지원’ 등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내용을 적어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입찰방해)와 ‘임대 후 분양’ ‘임대주택 제로’와 같은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적어서 거짓·과장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같은 입찰제안서 내용이 뇌물의 성격을 띤 것이 아니라 계약상 ‘채무’에 해당한다고 봤다. 계약 관계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서 계약을 성사시키려 한 행위라기보다는, 건설사가 시공사로 낙찰됐을 경우 이행하게 될 계약서상의 시공조건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입찰제안서에 기재된 이주비 등의 지원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2011년 서울고등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적으로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계약이 체결되면 입찰제안서 내용대로 이행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개인에 대한 뇌물이 아니라 전체가 채무의 내용이 되는 것이고, 도시정비법은 뇌물을 처벌하게 돼 있어 처벌 근거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 고시 제30조가 ‘건설업자 등은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부담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처벌 조항이 없다며 “고시 위반이면 시에서 행정제재는 가할 수 있지만 뇌물로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검찰은 건설사들이 ‘분양가 보장’ ‘임대 후 분양’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약서상의 채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보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입찰방해 혐의도 ‘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국토부 등이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사업 진행에 관한 추후 조치를 취한다고 했고, 서울시는 입찰제안서 내용이 도시정비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라며 “입찰제안서상의 내용만으로는 혐의가 없다고 신속히 판단한 것일 뿐, 입찰과정 전반에 어떠한 범법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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