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의 연구실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학생 대표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 등은 22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 연구실 무단 점거를 주도한 혐의로 이수빈 전 인문대 학생회장이 징계위에 회부됐다”며 “학생들이 민주·평화적 절차를 통해 학생 공간을 만들어 냄으로써 A교수 연구실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을 무단 점거라고 비난하느냐”고 규탄했다.
이들은 “징계위 회부를 주도한 것은 A교수가 재직했던 서어서문학과(서문과) 교수진”이라며 “그들은 A교수 범죄 사실이 공론화됐을 때는 뒤에 숨어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학생들이 자신의 ‘성역’에 들어서자 ‘반지성적이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학생들을 매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 전 회장의 징계위 위원장은 피해 학생 면전에서 A교수를 옹호하며 심각한 2차 가해를 스스럼없이 저지른 사람”이라며 “이 전 회장의 학생 징계위에 선임된 위원들의 자질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교수 연구실 점거는 당시 학과장 등과의 협의를 통한 정당한 절차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별위에 따르면 교내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징계 시도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37대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에서 발의한 이 전 회장 징계위 회부 비판 연서명 대자보에는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425명의 학부생과 25명의 대학원생, 20개의 학내 단체가 연명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규탄입장을 내걸기도 했다. 이날에는 성추행을 피해를 당했다는 김실비아씨의 탄원서 대독도 이어졌다. 김씨는 “이 전 회장은 학생 대표로서 서울대에 존재하는 성범죄자 1명을 퇴출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상을 줘야 마땅한 사람에게 반 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징계를 내리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장원택 서울대 민주동문회 공동회장은 “권력형 갑질을 근절시키기 위한 학생들 노력에 대해 징계로써 응답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갑질”이라며 “마무리된 사건에 대해 징계한다는 것은 여전히 권력형 성폭력을 서울대에서 용납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전 교수는 2015년, 2017년 해외 학회에 동행한 제자 김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학교 징계위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김씨가 당시 A교수 정직 3개월을 권고한 서울대 인권센터 결정에 불복해 실명 대자보를 붙이면서 공론화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A 전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교수 연구실을 학생 공간으로 전환해 약 4주간 점거한 바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A 전 교수를 학내 교원 징계위 의결을 통해 해임 처분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A 전 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전 교수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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