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국내외로 비상이 걸린 28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의 한 약국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 지어 마스크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곧 우한폐렴의 진원지인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여서다.
명동 일대 약국과 지하상가 약국 앞에는 마스크로 가득 찬 박스들이 문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명동 약사들은 “어제에만 5만장이나 나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명동거리 앞에 만난 중국인들은 마치 전쟁 전 구호물품을 수집하듯 초조하게 약국 앞에서 박스들이 마스크를 한아름 사고 있었다. 50개의 마스크가 들어있는 박스 6통을 가득 안고 급히 벤치에 있는 큰 박스에 옮겨 담는 중국인 관광객 10여명이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를 몇개라더 더 가져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여자친구와 다급하게 마스크 박스를 뜯어 커다란 박스에 옮겨 담고 있던 중국 저장성 출신 관광객 A씨(30대)는 “오늘 밤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중국은 지금 병원에 가도 살 수 있는 마스크가 없다고 하더라”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중국에서는 마스크가 매진이라며 가족들 몫까지 봄까지는 버텨야 하지 않겠냐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 관광객들 8명 정도가 줄을 서있는 명동 약국 앞에는 중국인들이 청테이프로 마스크 4박스씩을 묶어서 들고 가고 있었다. 약사들은 손수 박스 묶음을 만들어 한 번에 150개의 마스크를 팔고 있었다. 약사 C씨는 “도매상에게 떼는 빈도가 늘어서 매일 주문넣고 매일 500개 이상 팔았다”며 “지금도 물량 들어오는 족족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적게 팔았다”며 “인근 약국은 1억원치 주문 넣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지하상가의 약국 D약사도 마스크를 끼고 정신없이 중국인들에게 마스크를 한 번에 몇백 장씩 팔고 있었다. D약사는 “최근 일주일 동안 마스크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가장 많이 사간 중국인 관광객은 마스크 75개가 들어있는 박스를 몇 박스 사갔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명동의 한 약국 앞에 서있던 중국인 일가족은 10살 남짓의 딸과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양손에 마스크 봉지를 들고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도중에 딸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것이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아버지는 딸에게 마스크를 꼭 끼워주고 어머니는 다시 약국으로 들어가 4박스를 사 가지고 왔다. 이들은 “걱정 돼”라는 말을 연거푸 하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명동 뿐만 아니라 공항에서도 마스크를 잔뜩 들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1미터가 넘는 커다란 자루에 옮겨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들은 박스에 담아온 마스크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모두 자루에 넣어 몇개월치를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8일 기준 4500명을 넘어섰다. 하루 사이에만 환자가 1700여명 급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우한에서 귀국한 내국인과 중국인을 포함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해 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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