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체류 韓 의사 “중국인 입국 금지는 최후수단…제노포비아 도움 안 돼”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월 29일 14시 19분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사진=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제공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사진=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의사가 “중국인 입국 금지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27일 자신의 SNS에 “입국 금지는 국제법·정치·외교·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WHO에서도 감염 방지로 권고하지 않는다”며 “밀입국 시 경로를 파악할 수 없어 전염병이 번질 경우 더 복잡해진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최악을 대비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니고, 이제 그 정도 수준의 국가도 아니다. 이번 일로 인한 제노포비아는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궁 교수는 “중국은 처음에는 적당히 무마하려는 특유의 자세를 취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에 알리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논문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교통사고로도 매일 열 명이 죽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3명(29일 현재 4명)이 확인됐을 뿐”이라며 “한 명이 중국인이고, 두 명은 한국인인데, 모두 우한에 직접 있었고, 아직은 다들 괜찮다”고 덧붙였다.

또 “이성적으로 최대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더 이상의 공포심을 갖는 것은 본인과 주변인을 괴롭게 할 뿐이다. 대신 사태를 잘 지켜보자”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의약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일괄적으로 어떤 국적을 가진 사람을 금지한다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어렵다”며 “검역을 더 강화해 국적 관계없이 증세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분들을 걸러내는 게 맞는 방법이다. 국적을 기준으로 금지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중국인 입국금지’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국민들을) 조금 더 이해시켜야 할 것 같다”며 “미국에서 장기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가 증세도 없는데 단지 국적만으로 걸러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원리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29일 오후 57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게시자는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며 “이미 우리나라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청원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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