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이상합니다. 여름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고, 기온도 높았습니다. 아직 1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1월 마지막 날까지 서울 기준으로 볼 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1월은 서울 기온을 기준으로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2년 만에 ‘가장 따뜻한 1월’이 됩니다. 1월 서울 평균기온이 영상을 기록한 해는 올해를 포함해 관측 이래 7번뿐이었고 1도를 넘어선 해는 올해가 유일합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미우주항공국(NASA)과 미해양대기청(NOAA)은 이달 15일 합동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9년 전 지구의 기온이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가장 더웠던 해는 한국에도 여름철 맹렬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6년입니다. 두 해를 포함한 최근 5년은 140년 사이 가장 뜨거웠던 기간이었다고 NASA와 NOAA는 설명했습니다.
지구가 더워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면 필연적으로 봄은 빨리 찾아옵니다. 기상학에서는 하루 평균 기온이 영상 5도가 넘어가는 날이 9일 이상 이어지면 그 9일 중 첫 날을 ‘봄이 왔다’고 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해 1980년 이후 서울에 봄이 찾아온 날을 파악해봤습니다. 지난해 봄은 1980년 이후 가장 빨리 봄이 온 해였습니다. 3월이 아닌 2월 26일에 봄이 시작됐습니다. 이 기간 사이 2월에 봄이 시작된 해는 1998년뿐입니다.
그리고 이 기간 사이, 봄이 시작되는 날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었습니다. 몇 년 주기로 강한 3월 꽃샘추위가 찾아와 기온 상승이 늦어진 해가 있긴 했지만 1980~1995년에 비해 1997년 이후의 봄 시작일이 빨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이후로는 급격하게 빨라지는 경향도 살짝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거나 겨울을 힘겹게 보내는 분들에게는 빨리 찾아오는 봄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으로 봤을 때는 그리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폭염 같은 자연재해를 제외하고도 전문가들은 두 가지 재난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재난은 산불입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오세아니아 대륙 전체를 불태우는 초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2006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기온 상승과 빨라진 봄이 미국 서부 산불에 미치는 영향(Warming and Earlier Spring Increase Western U.S. Forest Wildfire Activity)’ 논문을 보면 1970~1986년과 1987~2003년을 비교해 봤을 때 산불 발화(발견)에서 진화에 걸리는 기간이 7.5일에서 37.1일로 길어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봄이 빨리 오면 눈이 빨리 녹아 그만큼 산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산불 외에도 우려되는 점은 또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입니다. 기온이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면 특히 모기나 야생동물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 유행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의료보건 연구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상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실제로 한국에서는 더 이상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말라리아 환자와 뎅기열 환자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다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생길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변화나 재해만큼이나 예측하지 못 했던 위험한 재난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봄꽃을 좀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건 물론 반갑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겨울다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짜내는 일일 겁니다. 특히나 건강이 우려되는 요즘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이 겨울을 건강하게 넘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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