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엔 “휴가가라”…이중적 행정에 진천 주민 ‘부글부글’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30일 15시 34분


충북 진천군민들이 30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교민 수용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날 오전 전세기 2편을 우한으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오후 1편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1.30/뉴스1 © News1
충북 진천군민들이 30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교민 수용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날 오전 전세기 2편을 우한으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오후 1편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1.30/뉴스1 © News1
충북 진천이 곧 입국할 우한 교민들의 임시수용시설로 결정되면서 지역사회가 들끓는 상황에 정부의 이중적인 행정이 다시 주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교민 수용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에게는 철저한 방역관리·감독을 통한 안전성을 내세우면서도 인근 충북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공무원들에는 임시 휴가까지 허용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조치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

30일 충북혁신도시 내 입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은 30~31일 이틀간 직원들에게 공가를 허용했다.

공가는 공무원들이 공식적으로 얻은 휴가로 병가 이외의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허가하는 제도다.

이들 두 기관은 사내 게시판과 직원 메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30~31일 부서장 및 실소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자율적인 공가사용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해당 기관들은 ‘우한 교민’이 격리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갑작스런 정부의 결정에 감정이 격해져 있는 주민들로서는 더욱 화를 돋우는 소식이다.

이미 전날 정부의 진천 수용 결정이 내려진 직후 그 배경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감정은 극에 달해있는 상태다.

주민 정서를 가장 건드린 것은 당초 유력 수용지역으로 얘기됐던 천안시 주민들의 반발로 지역이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긴급하게 바뀌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천안은 검토대상이었을 뿐이었고, 수용인원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수용시설 인근 공공기관 직원들의 공가를 허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정부는 유증상자가 아닌 무증상자들에 대한 수용으로 과도한 우려를 자제해 달라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공무원들에게는 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공가까지 부여하는 등의 이중적 태도로 오히려 논란을 키운 꼴이 됐다.

충북혁신도시 내 거주 중인 민진숙씨(39)는 “안심하라고 설득하면서 공무원들은 왜 휴가를 보내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얼마나 거주하는지도 모를 몇몇 공무원을 위해서는 즉각 조치에 나서면서 실제 거주민들에게만 걱정 말라느니, 안심 하라느니 형식적인 얘기들만 늘어놓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우한 교민들은 당초 이날 전세기편으로 오후부터 차례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충북 진천에 마련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700여명의 교민 중 170여명이 수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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