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한 교민 수용시설 놓고 갈등 지속
陳, 간담회장에 주민 들이닥치자 경찰 경호속 행사장 빠져나가
아산 주민 20여명 지키던 농성장… 경찰 1930명 투입해 강제 철거
“아니, 왜 도망치듯 가냐고요. 그냥 여기 사람들 얘기를 좀 들어달라는 건데….”
30일 오후 7시 25분경. 충북 진천군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층.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역 주민 대표 10명과 간담회를 갖는 와중에 갑자기 남성 2명이 “우리 의견도 들어보라”며 들이닥쳤다. 분위기가 나빠지자 진 장관은 급히 경호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했다. 이때였다. 현지 여성들이 다가가려다 진 장관이 그냥 떠나자 울음을 터뜨렸다. 한 30대 여성은 “안타까운 맘을 들어달라는 것뿐인데 왜 그냥 가느냐”며 울먹였다. 격해진 몇몇 주민들은 진 장관이 탑승한 승용차 창문을 마구 두드리기도 했다.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장소로 선정된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서 주민과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29일 오후 수용장소 발표 전후로 인근 주민들은 밤샘 농성도 불사하며 반대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30일은 이런 분위기가 더욱 들끓었다. 정부를 대표해 진 장관이 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 35분경. 진 장관이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간이천막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시민들은 달걀을 던져댔다. 장관의 상의를 살짝 스쳐갔다.
동행한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팔에 달걀을 맞았다. 경호원들이 우산 6개를 펼쳐 장관 등을 보호했다. 전날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물병 등을 맞으며 고초를 겪었다.
어렵사리 주민 앞에 선 진 장관은 “우한 교민분들이 너무나 고생을 하고 있다”며 입을 뗐다. 시민들 속에서 “우린 고생 안 하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데 다음 말이 화근이었다. “오는 분 명단을 봤는데 첫 페이지에 아산 시민이 3명이 있다”고 했다. 야유가 천둥처럼 터져 나왔다. “3명이 대수냐.” “그래서 어쩌란 거냐.”
진 장관은 계속해서 “우한 교민 수가 많아서 불가피하게 수용인원이 많은 개발원을 선택했다. 천안은 아무 상관없다”고 했다. 당초 정부가 충남 천안시를 거론하다 시민 반대로 계획을 바꿨다는 소식에 분노한 것을 염두에 둔 해명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럼 차라리 (더 넓은) 청와대에다 수용시설을 만들라”고 소리쳤다.
아산 시민들은 진 장관에게 이날 오전 경찰의 강제퇴거 조치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한 70대 남성은 “이 시골에서 폭력시위를 한 것도 아닌데 무슨 경찰을 그렇게 들여 위화감을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경찰은 19개 중대와 1개 여경 제대 등 경력 약 1930명을 투입해 주민 20여 명이 지키던 농성장을 철거했다.
진천군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주민 200여 명은 진 장관이 간담회를 가진 평가원에서 약 300m 떨어진 개발원 앞에서 종일 집회를 열었다. 오전 11시경에는 ‘우한 교민 수용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개발원의 교민 수용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후로도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진 장관이 간담회를 갖던 오후 7시경에는 주민들이 개발원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이 막아서자, 일렬로 늘어서 경찰들을 밀치기도 했다.
경찰은 20개 중대 900여 명의 경력과 차량 수십 대를 동원해 개발원 주변을 봉쇄했다. 전날 정문 앞에 세웠던 트랙터와 화물 트럭은 경찰의 강제 견인 경고를 받고 오전 8시 반경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웠다. 류정화 씨(40)는 “불안해서 다섯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도 안 보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한 교민까지 오면 바깥 산책조차 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날 정부는 진 장관 등 고위급까지 방문해 아산시와 진천군의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봉합은커녕 오히려 불에다 기름을 부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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