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주민 “우한교민 격리조치 수용”…현수막 자진 철거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31일 11시 33분


"안전대책 없이 밀어부친 정부에 반발한 것"
송기섭 군수 "컨테이너서 지내며 현장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격리 조치에 반발하던 충북 진천 주민들이 정부 방침을 전격 수용했다.

우한 교민 수용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유재선 공동위원장은 31일 오전 11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한 교민이 안정된 마음으로 입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교민 대부분이 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겠다”며 “우한 교민들이 14일 동안 건강히 지내다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그동안 우한 교민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안전 대책 없이 밀어부치기식으로 행정을 펼친 정부 결정에 반발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감염병이 퍼질 때마다 진천으로 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진천군민이 보게 되니 이번 한 번으로 끝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58분 우한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 KE9884편이 김포공항에 내렸다. 우한 현지에서 중국 보건당국과 우리 측의 검역이 강화되면서 예정 시각보다 1시간30여분가량 지연 도착했다.

전세기에는 전날 행정안전부가 밝힌 359명에 8명의 교민이 더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역과 입국심사를 거쳐 경찰 버스를 타고 임시생활시설인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향한다.

김포공항에서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까지는 1시간40분~2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총 173명이 격리 조치된다. 이날 1차 입국한 교민 중에선 159명이 우선 입소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추가 탑승자가 생겨 입소 인원은 유동적이다.

경찰은 21개 중대, 2개 제대 1147명의 경력을 투입해 국가인재개발원 주변을 봉쇄했다. 격리 수용장소로 결정된 29일 300명에서 4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경찰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따라 경력을 300명에서 500명, 673명, 1109명, 1147명으로 순차 증원했다. 서울, 부산, 울산, 경기남부, 광주, 경남지방청에서도 기동중대 등이 지원됐다.

우한 교민은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1인 1실로 생활하게 된다. 의료진 등 관리인력 40여명이 이들을 철저히 통제하며 외출과 외부인 출입 모두 금지된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반경 1㎞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에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에는 3521명의 학생이 다닌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대한 집중 방역과 소독을 실시할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에게 마스크 3만개를 우선 배포하고, 추가적으로 20만개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과의 접촉 차단을 위해 외부 출입을 철저히통제하겠다”며 “저도 격리기간 동안 인재개발원 근처 컨테이너에서 함께 생활하며 실시간으로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진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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