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한국인”…아산·진천 주민들, 반대 현수막 걷고 우한 교민 응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17시 03분


뉴스1
“그분들도 다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고, 마음도 편치 않을 것입니다. 이 곳에서 잘 있다가 아무 일 없이 가정과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31일 중국 우한 교민들이 격리 수용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인근 주민들은 이들을 담담하게 맞이했다. ‘절대 수용 불가’라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나 입소할 때는 반대집회를 열지 않았고 수용 시설 주변에 내걸었던 반대 구호가 적힌 현수막도 걷어냈다.

이날 오후 12시 49분경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교민 200명을 태운 수송버스 15대가 잇달아 들어갈 때 주민 50여 명은 인도에 서서 차분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마스크를 쓴 채로 버스에 타고 있던 일부 교민들은 커튼 사이로 주민 쪽을 쳐다보기도 했다.

앞서 주민들은 오전 10시경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교민이 들어갈 때 반대집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간이천막에 설치했던 ‘아산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이라 적힌 현수막도 떼어냈다. 송달상 온양5동 통장협의회장(67)은 “우리 교민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후 1시 20분경 우한 교민 150명이 탄 버스가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할 때도 주변에 있던 30여 명의 주민들은 이들이 탄 차량을 조용히 지켜봤다. 진천 주민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교민 수용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며 수용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윤재선 공동대책위원장(57)은 “처음부터 반대한 게 아니다. 이 곳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하루 빨리 탈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곳에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송기섭 충북 진천군수는 우한 교민 격리 수용 시설 인근에 임시 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들이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업무를 보기로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우한 교민 여러분, 진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해시태그, 인증사진 등과 함께 교민들을 응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진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아산=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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