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3번째 환자(54·남)가 일명 슈퍼전파자가 될 위험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슈퍼전파자는 많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감염자를 말한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3번째 환자와 함께 식사한 6번째 환자(56·남)가 2차 감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 6번째 환자의 가족 2명도 양성 판정을 받아 국내 첫 3차 감염이 발생했다.
3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번째 환자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소재 식당인 한일관에서 3번째 환자와 함께 식사를 했다. 이후 4일이 지난 26일에 접촉자로 분류돼 능동감시를 받아왔다. 이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3번째 환자의 증상 발현 시간이 조정돼 관할 보건소가 접촉자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6번째 환자가 3번째 환자와 접촉하고 능동감시를 받기까지 걸린 4일이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6번째 환자 가족 2명이 3차 감명을 일으킨 것을 볼 때 해당 기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6번째 환자와 설 연휴를 같이 보낸 딸은 태안군의 한 어린이집 교사이며, 3차 감염을 일으킨 가족 2명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딸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남편과 함께 자가격리 중이다.
보건당국은 양성 판정을 받은 6번째 환자 가족에 대한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이들 가족으로 인해 추가로 4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 전파가 걷잡을 수없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
3번째 환자의 슈퍼전파자 가능성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슈퍼전파자는 밀폐된 병원 같은 공간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현재로서는 3번째 환자를 슈퍼전파자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차 감염자도 증가하는 것도 지역사회 전파 우려를 키우는 모양새다. 5번째 환자(33·남)과 접촉한 지인 1명이 이날 양성 판정을 받고 또 다른 2차 감염자가 됐다.
5번째 환자는 업무차 우한시를 방문한 뒤 24일 귀국했다. 귀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으나, 26일 오후부터 몸살 기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5번 환자와 접촉자는 현재까지 가족 등 10명으로 자가격리돼 심층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확진자로 발표된 또 다른 1명은 8번째 환자(62·여)로 중국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지난 23일 오후 10시 20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항공편은 청도항공 QW9901이다. 이 환자는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원광대학교병원에 격리치료 중이다.
나머지 1명은 이 날 오전 공개된 7번째 환자(28·남)이며, 중국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무증상으로 들어와 능동감시 대상에서 빠진 채 26일부터 기침 등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환자의 접촉자는 가족 등 2명이며 자가격리 상태다. 이에 따라 어제 6명이었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는 하루 만에 11명으로 늘었다.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2차 감염자도 늘어난 만큼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방역체계는 역학조사관이 판단하는 밀접접촉자 분류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6번째 환자가 3번째 환자와 식사를 하고도 자가격리 대상이 아닌 외출이 가능한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전례가 있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6번째 환자 접촉자를 일상접촉자로 분류하는 오류가 있었다”며 “조금 더 엄격하게 접촉자를 분류하고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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