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집에서 라면을 먹거나 다른 무료급식소들을 찾아봐야지. 돈이 없어서 밥을 사 먹진 못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친 양모 씨(77)는 허공을 보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 급식소는 일주일에 3번 무료 식사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이날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문을 닫는다.
이날 급식소 직원들은 이 급식소를 찾은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로 한동안 쉰다. 상황이 나아지면 꼭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이해는 한다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홍모 씨(82)는 “물론 신종 코로나도 겁나지만 굶는 것만큼 무섭겠느냐”며 “빨리 어떻게든 해결되면 좋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가 홀몸노인이나 저소득층, 노숙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무료급식소나 복지관 등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6개 지점에서 한 달 평균 26만 명(중복 포함)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던 ‘전국천사무료급식소’는 신종 코로나 발발 뒤부터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급식소 관계자는 “배식과 식사 보조를 하던 자원봉사자 수가 절반가량 줄어 운영이 어렵다. 급식소가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국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무료급식소도 자원봉사자 수가 70%가량 줄어 조리가 손쉬운 반찬으로 메뉴를 바꾸기도 했다.
노인복지관과 노숙인지원센터 등도 줄줄이 휴관에 들어갔다. 경기 수원시의 한 노숙인지원센터는 “수원에서 15번째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아무래도 노숙인들의 면역력이 약한 만큼 주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일부터 휴관하고 있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단체급식을 중단하고 대신 식재료 등이 담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많이 참여하는 업계에도 찬바람이 분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를 우려하는 고객들이 타인이 승용차에 타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했다. 건설 현장 일자리를 주선하는 한 인력사무소장은 “최근 해외에서 온 교포들은 아예 쓰지 않겠다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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