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태국·싱가포르까지 ‘제3국 감염’ 초비상…“방역 이대론 안된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5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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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환자, 싱가포르 업무차 들렀다 확진자 접촉
일본서 감염된 12번·태국 여행한 16번 이어 세번째
전문가 "확진 발생 국가 선별해 사례정의 개정해야"

일본과 태국에 이어 싱가포르 입국자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국 외 제3국 입국자에 대한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제3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조사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인 사례정의를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국내 17번째 확진자가 컨퍼런스 참석차 1월18일부터 24일까지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싱가포르 방문 후 행사 참석자 중 말레이시아인 확진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이달 4일 선별진료소에서 진료 후 경기북부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5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아직 역학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 환자가 말레이시아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외 제3국에서 감염돼 국내로 입국한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처음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나 국내가 아닌 제3국을 통한 감염이 확인된 건 이달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째 환자(48세 남성, 중국인)를 통해서다. 일본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다 지난달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 환자는 30일에 이르러서야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자신이 ‘확진됐으니 검사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어 4일에는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하고 지난달 19일 입국해 16번째 환자(42세 여성, 한국인)가 됐다.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하지만 제3국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설정한 신종 코로나 오염지역은 중국 내로 한정돼 있어 중국 외 국가 입국자에게는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지 않는다. 발열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선별이 어렵다는 얘기다.

혹여 발열 증상을 보였다 하더라도 중국 방문 기록이 없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국발 입국자는 전용 게이트를 만들어 공항에서부터 별도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입국자 검역엔 한계가 있다. 지금의 사례정의는 중국을 다녀온 후 14일 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 격리하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초기에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환자 본인이 감염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면 이들을 격리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이로 인한 방역망이 뚫리면서 지역사회로 전파가 순식간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미 12번째 환자와 관련해 배우자인 14번째 환자가 확진됐고 16번째 환자의 딸인 18번째 환자도 추가로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입국 이후 이달 30일 지인으로 연락을 받을 때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지 못했던 12번째 환자는 부부가 함께 경기도 부천과 서울시내 면세점, 강원도 강릉 등을 광범위하게 이동했으며 그 사이 666명이 접촉자로 확인(4일 기준)됐다.
중국 외 제3국 입국자가 확진 환자가 되고, 그로 인한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검사와 검역 대상 확대에 대한 요구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중국 입국자가 아닌 경우도 필요하다면 검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많은 국가를 선별해 반영하는 사례정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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