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올라탄 경마기수들…재해율 일반인보다 135배 높아

지난 1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도로에서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와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 등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고(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계기로 시민단체가 한국마사회 소속 경마기수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수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음이 드러났다.

‘마사회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대책위)는 5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문 기수의 죽음과 관련한 실태조사 보고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고(故) 문중원 기수는 기숙사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문 기수의 유서에는 조교사의 부당지시와 부정경마 등 마사회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날 대책위는 먼저 마사회가 ‘말산업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여가선용을 도모하기 위한’ 공공기관이지만 98.5%의 예산이 경마에 사용되며 사회공헌사업 비중과 중독예방사업 비중이 각각 0.2%, 0.0006%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또 마사회와 경마 주체들간 계약 관계 속에서 기수들의 노동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사회는 마주에게 경주마를 출주시킬 권한을 주고, 마주는 조교사와 경주마 위탁계약을 맺어 말을 훈련시킨다. 기수들은 감독 역할을 하는 조교사와 말을 타기 위한 기승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받는다.

대책위는 조사에 참여한 기수들이 기승계약을 체결하며 제대로 된 계약서를 받지 못한 채 구두로만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에 있어서도 대책위는 경주를 하거나 말을 훈련시킬 때의 기승 횟수나 경주 상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기수별로 편차가 크고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기수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놓여있다는 사실도 대책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책위가 마사회의 재해 관련 보험처리 건수를 비교한 결과, 2018년 기수 121명 중 88명이 재해를 입어 재해율이 72.7%에 달했다. 반면 일반노동자의 재해율은 0.54%였다.

대책위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Δ기수들의 노동자성 인정 Δ마사회에 대한 상급 단위의 관리감독 강화 Δ마방 임대심사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