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조용휘]신종 코로나 위기… 현장에서 답을 찾는 부산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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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전통시장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상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물론이고 점포 소독입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일 큰 교역국가입니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상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도 성숙한 자세로 처신해야 합니다.”

4일 오후 5시 부산 영도구 봉래동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 3층 회의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응 ‘민관 합동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박헌영 부산상인연합회장(63)과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72)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참석한 지역 상공계, 경제 유관기관, 기업 대표 등 30여 명은 걱정을 하면서도 부산시의 발 빠른 대처에 안도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시가 3일 신종 코로나에 대한 비상대응 체계를 방역과 경제로 나눠 재난안전대책본부와 비상경제대책본부로 짠 뒤 현장에서 마련한 첫 자리였다. 지방자치단체로는 보기 드문 신속한 대처였다.

이 자리에서는 환적 화물로 인한 부두 체화문제, 매출 감소와 부품조달 지연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 우려, 마스크 공급을 위한 공장 증설 지원, 지역 관광업계의 하소연 등 현장 목소리가 가감 없이 쏟아졌다.

회의를 주재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로 지역 경제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 지역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을 직접 챙길 테니 지혜를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오 시장은 이날 피해 기업에 100억 원 긴급 특례보증 지원, 수출 다변화와 관광업계 지원책 마련, 항만 검역관리 강화 및 해운물류 고충과 피해 지원,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피해 파악 및 지원, 보건위생용품 매점매석 단속, 지역 대학 유학생 감염 관리 체계적 대응을 약속했다.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유관 기관에는 세부적인 분석을 정중히 요청했다. 1시간 반가량의 토론회를 마친 오 시장은 부산 관광의 명물인 국제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장 2, 3공구 일대를 돌아본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물시장인 국제시장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돈을 쓰도록 해야 하는데…”라며 한산한 시장 분위기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카페에서 오 시장을 만난 상인들도 “시장이 많이 죽었다. 100년 가게는 안 되더라도 10년 가게라도 되게 관심을 가져 달라. 주차장과 화장실을 늘려 달라”고 건의했다.

오 시장은 “멋진 전통시장을 그냥 두면 안 된다. 지금 상황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자”는 말로 지원 약속을 대신했다.

이날 부산 시민들은 현장을 찾은 오 시장의 행보에 모처럼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산하 기관장 인사, 오페라하우스 건립,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등 불통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혹독하리만큼 철저한 시책으로 시민 안전과 생명, 지역경제를 지켜 달라’고 하지 않던가. 시정의 ‘답’은 귀를 열고 눈을 뜬 현장에 있다는 것을 오 시장은 잊어선 안 된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신종 코로나#부산상인연합회#오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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