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소유권 정리 안돼” 법원서 제동… 시행사는 “이미 철거 완료” 반박
호텔 분양 홍보도 논란 불러
부산지역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해운대 609’ 부지 개발 사업이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 땅 소유권 정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아 법원이 공사에 제동을 걸었지만 공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착공 후 분양까지 이뤄질 경우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높다.
6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우동 645번지 일원 609 부지엔 지하 5층, 지상 38층 규모의 레지던스형 특급호텔이 들어선다.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로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해 3월 건축 허가가 났고, 철거가 거의 마무리돼 조만간 착공을 앞두고 있다. 공사 계약금액은 903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체 사업부지 약 4만3000m² 중 530m²를 소유한 4명의 토지 소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행사와의 계약이 불공정하고 약속된 계약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다른 시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사업이 차질을 빚자 두 시행사는 토지 보상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쳤다. 철거가 진행 중인데도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자 지난해부터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이 4명과 계약한 시행사는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토지·건물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및 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철거는 계속됐다. 해당 시행사 대표 A 씨는 “법원이 지주(地主)들의 재산 보호가 시급하다고 세 번이나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청에 철거를 막아 달라 부탁했지만 허사였다. 굴지의 대기업인 신세계의 사업이어서 방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철거 신고 당시 문제가 없었기에 민사 분쟁이 있더라도 행정지도 외엔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상대편 시행사 측은 “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물은 이미 철거가 완료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씨는 “법원 결정 후 철거가 불법으로 진행됐다는 증거와 증인이 있다. 이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담당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맞섰다.
이 부지에 들어설 호텔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의 분양을 앞두고 홍보가 이뤄지는 점도 논란이다. 기자가 인터넷에 공개된 번호로 문의한 결과, 시간을 예약하면 부산·서울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별 상담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부지의 가압류, 가처분 등 소유권 문제가 완전히 해소돼야 입주자 모집이 가능하다. 분양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전에는 홍보 등 분양을 목적으로 한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다. A 씨는 “착공과 분양을 막기 위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고 감사원, 부산시 등 관계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와 계약에 따라 시공만 담당할 뿐 토지보상이나 분양 등 착공하기 전 모든 문제와 무관하다”며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시행자 간 분쟁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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