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
우한 입국-접촉자와 매일 2번 전화… 발열-호흡기-폐렴 증상 여부 체크
7일부터 접촉자 범위도 넓어져… 방역 최전선 역할 이미 한계상황
전문가 “인력-자원 배분 검토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나온 경기지역의 한 보건소 직원 A 씨는 오전 8시 출근하자마자 전화기부터 잡는다. 그에게 할당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입국자 40명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과 오후 하루 2차례씩 전화한다. 나머지 직원 30여 명은 확진 환자의 접촉자 약 200명에게 매일 2차례 연락한다. 연락처가 누락되거나 잘못된 대상자의 경우 일일이 방문조사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퇴근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A 씨는 “한 명당 10분 이상씩 40명과 통화한다. 마치 텔레마케터가 된 기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지역의 한 보건소 직원 6명도 매일 접촉자 29명에게 2차례씩 전화한다. 직원 B 씨는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접촉자들을 1 대 1로 관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며 “하지만 보건소 현장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접촉자 폭증하는데 인력은 태부족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우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모니터링을 결정했다. 6일 기준 접촉자 수는 1234명. 지역 보건소들은 우한 입국자와 접촉자들에게 매일 2차례 전화로 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7일부터 접촉자 범위가 늘어난다. 확진자의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까지 소급해 접촉자를 분류키로 한 것.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는 20명 규모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콜센터도 담당하고 있다. 심평원은 하루에 한 번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경기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심평원과 전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3∼26일 우한 입국자는 총 2991명. 이 중 신종 코로나 잠복기 14일이 지나거나 출국한 사람을 빼면 심평원과 보건소가 연락하고 있는 입국자는 현재 271명이다. 271명 가운데 연락이 두절된 외국인은 29명이다. ○ “1 대 1 접촉자 관리 불가능”
지역 보건소가 접촉자와 우한 입국자에게 주로 체크하는 사항은 체온과 발열·호흡기·폐렴 증상 여부다. 상대가 외국인이라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서울지역 보건소 직원은 “어설픈 영어를 섞어가면서 질문할 때도 있다”며 “담당직원들이 대부분 역학조사 경험도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3일 보건당국은 보건소 직원을 1 대 1 담당자로 지정해 접촉자들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보건소들은 “인력이 부족해 지금도 밀착마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지방의 한 보건소는 직원 3명이 우한 입국자와 접촉자 25명을 관리하고 있다. 이 보건소 관계자는 “늦은 밤까지 전화가 걸려와 새벽 2∼4시 사이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 환자가 지금의 속도로 늘면 일선 보건소가 방역망의 ‘최전선’ 역할을 하는 데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증상 감염과 제3국 감염으로 인해 접촉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기에는 늦었기 때문에 접촉자 관리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인력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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