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걸릴 걸 2년만에 끝내고 해외취업-웹툰 작가 꿈 이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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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이겨낸 전문대 졸업생 3人
해외 현장견학 프로그램 큰 도움
취미와 연관된 이색학과 진학 등 산학연계 인턴십 제도 적극 활용

올해 2월 졸업하는 전문대 졸업생들의 모습. 천나희 씨는 치기공을 전공해 유명 임플란트사 미국 법인 파견을 앞두고 있다. 연암대 스마트원예학과 출신 유인환 씨는 LG계열 자회사 팜한농에 취업했다. 웹툰 작가 녹밤은 인덕대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재학 중 데뷔했다(왼쪽 사진부터). 각 인터뷰이 제공
올해 2월 졸업하는 전문대 졸업생들의 모습. 천나희 씨는 치기공을 전공해 유명 임플란트사 미국 법인 파견을 앞두고 있다. 연암대 스마트원예학과 출신 유인환 씨는 LG계열 자회사 팜한농에 취업했다. 웹툰 작가 녹밤은 인덕대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재학 중 데뷔했다(왼쪽 사진부터). 각 인터뷰이 제공
“반드시 외국에서 일 해보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전문대라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대구보건대 치기공과를 2월에 졸업하는 천나희 씨(22)는 이번 주말 미국 콜로라도주로 떠난다. 임플란트 전문회사인 디오임플란트의 해외법인에 1년간 파견근무를 가게 됐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품었던 ‘해외취업’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간 셈이다.

최근 4년제를 나와도 웬만한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는 ‘고용절벽’에 놓인 청년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전문대보다는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우대받는다’는 믿음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전문대를 선택했기에 보다 빨리 꿈을 이루는 청년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졸업과 동시에 사회진출의 터전을 마련한 ‘전대졸’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해외취업, 작가의 꿈 이룬 청년들

천 씨가 전문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목적 없이 4년제를 가는 것보다는 졸업하고 난 뒤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부모님 임플란트 하실 때라도 도움 드릴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치기공과에 진학하기로 했다.

전문대는 4년제 대학에 비해 재학 기간이 짧다. 천 씨는 이 점을 이용해 2년간 아프리카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현지에서 프랑스어를 익히고, 얼굴색이 다른 이들과 어울렸던 경험은 그에게 해외취업이란 꿈을 안겨줬다. 학교에 돌아온 그는 대구보건대의 현장견학 프로그램으로 디오임플란트를 방문했고, 여러 국가에 법인을 두고 있어 해외파견 기회가 많다는 장점을 발견하고 입사를 결심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도 전문대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웹툰 작가 녹밤(필명·22)은 인덕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출신이다. 그는 “구태여 4년제 대학을 갈 이유가 없었고, 대학에서 정말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유명 플랫폼에 첫 선을 보였던 웹툰도 학교 과제물을 발전시켰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만화를 그리는 건 취미로 즐길 수도 있지만 직업으로 삼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녹밤 작가는 “학교 과제로 원치 않는 주제가 주어질 때도 많았지만 그것을 꾸역꾸역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실력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동기와 교수님의 신랄한 평가를 받은 덕분에 작품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은 녹밤 작가는 올해 새로운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그는 “창작물은 집에 틀어박혀 고민만 한다고 나오지 않는다”며 “적성에 맞춰 전문대에 진학한 덕분에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산학연계 잘 갖춘 학교 택해야

요즘 전문대에는 이른바 ‘유턴 입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턴 입학이란 4년제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다시 입시를 치러 전문대에 들어오는 경우를 말한다. 방송통신대에 다니다가 연암대 스마트원예학과에 입학한 유인환 씨(27)가 그런 케이스다.

군대까지 다녀와 다시 입시를 치른 그는 인삼이나 차와 같은 ‘특용작물’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 농축산 분야에 특화된 연암대가 눈에 들어왔다. 유 씨는 “LG 자회사로의 취업이 용이하고, 농업과 관련된 자격증 취득 지원도 많다고 해서 진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월 졸업하는 그는 남들이 4년 동안 할 취업 준비를 2년간 밀도 있게 해왔다. 농업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교의 자격증 준비반에 들어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특강을 들었고, 학교가 연결해준 전문회사에서 인턴으로도 일했다. 이번에 합격한 LG계열 자회사 팜한농은 농자재 전문회사로, 바로 그가 꿈꾸던 업계다.

그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이 어느 정도 앞선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목표만 분명하다면 산학연계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는 전문대에 진학하는 게 취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들어 전문대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유턴 입학을 위해 전문대에 지원하는 응시자는 2015년 5489명에서 2019년 8391명으로 크게 늘었다. 취업률도 거의 매년 4년제 대학을 상회하고 있다.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은 “학교마다 ‘간판학과’라고 공인된 전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거나, 기업과 계약을 맺어 취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학과 전공을 120% 살린 졸업생들의 성공적인 취업 경험담이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전문대#해외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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