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있는 상품을 상표권자 동의없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했더라도, 곧바로 상표권 침해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표권 침해 여부를 따질 때 계약의 내용과 상표권자의 이익, 상품 구매자의 보호 필요성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표법위반으로 기소된 임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한 패션브랜드의 상표권자 A사는 B사와 시계 제조·판매에 대한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계를 백화점, 면세점 등 합의된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할 경우 반드시 사전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
온라인몰 시계판매업체 대표 임씨는 2012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B사로부터 납품받은 브랜드 문양이 부착된 시계를 A사의 동의 없이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했다가 상표권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상표권의 통상사용권자인 B사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시계를 납품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B사가 시계류에 대한 통상사용권자라 하더라도 상표권자와의 판매장소 제한 약정을 위반해 시계를 판매했다면 상표권 침해”라며 임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표권 침해여부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 출처 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씨가 판매한 시계는 상표권자인 A사의 허락을 받아 B사가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해 생산한 이른바 ‘진정상품’으로,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유통시킨 것만으로는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이나 품질보증 기능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판매를 전면 금지한 재래시장과 달리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동의 하에 판매가 가능했으며, 실제 재고품 처리를 위해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가 허용되기도 했다”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는 것만으로 바로 상표의 명성이나 그동안 구축한 상표권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표권자가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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