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방역이나”…유통업계 한숨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6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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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면 자연소멸되는 것 알지만…
'소비자 신뢰 잃느니 아예 문닫자'
불필요한 공포심에 소비심리 위축
정부 "정상적 경제소비활동 해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업계가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아예 문을 닫고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이 발표되면서 임시휴업에 돌입하는 업체들이 생겨났는데, 이미 시일이 한참 지났어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문을 닫은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을 따라 해당 점포가 줄줄이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는 바이러스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사실상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걱정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수 시간 내에 사멸하기 대문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표면을 깨끗이 소독하면 사실상 감염의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20일 다녀간 확진자 때문에 열흘이 더 지난 2일에 문을 닫았고, 5일이나 임시휴점했다가 7일 영업을 재개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본점이나 이마트 마포공덕점도 확진자가 2일에 방문했지만 5일이 지난 7일 영업을 하다말고 긴급하게 손님을 내보낸 뒤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의학적으로 바이러스가 감염될 우려가 거의 없는데도, 소비자들의 공포심이 큰 상황인 만큼 차라리 과잉대응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영업을 포기한 것이다.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곳들도 방역 때문에 비상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업계는 지난 10일 임시 휴업을 결정하고 대대적인 방역활동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사망자가 많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어서 그런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다만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확실한 매뉴얼을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바깥 출입을 꺼리고, 유통기업들이 선제적 휴점을 하면서 소비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사태 이전부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던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취소 문의가 빗발치는 여행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경제부처 수장들이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희생자가 있었던 메르스 사태와 정부 방역망이 잘 작동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비교하면 실제 파급영향 외에 지나친 공포심과 불안감으로 경제·소비심리 위축이 큰 편”이라며 “국민들도 이제 정상적인 경제·소비활동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조만간 서비스업과 제조업에 대한 구체적 금융지원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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