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EBS 인기 캐릭터 ‘펭수’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A 교수. 2주간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우한 교민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A 교수는 교민 임시생활시설에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입소를 자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할 거란 생각에 나섰다. 그는 “입소 전날 교민 중 확진 환자가 발생해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감염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벗는 연습을 수십 번 했다”고 덧붙였다.
교민들을 진료할 땐 온몸을 둘러싸는(레벨D) 방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 때문이다. 장갑, 덧신, N95 마스크, 전신보호복에 고글까지 쓴다. 가정의학과를 맡고 있는 A 교수는 입소 전까지 방호복을 착용한 적이 없다. 생전 처음 고글을 착용하고 교민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데 습기가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글에 로션을 바른 뒤 닦아내면 습기가 잘 생기지 않는 걸 알게 됐다”며 “나름의 연구 끝에 얻어낸 결론”이라고 말했다.
특히 A 교수는 격리생활로 지친 교민들을 위해 직접 방송도 진행했다. 교민들이 문 앞에 사연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면, A 교수는 방송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들려주고 신청곡도 전했다. 펭수 성대모사도 연습해 들려줬다.
A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나 격리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교민들이 많아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며 방송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교민들끼리 사연을 공유하면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민들은 펭수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전하며 화답했다.
“제 성대모사가 너무 좋았다면서 10살 아이가 직접 펭수를 그려 감사 편지를 써줬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A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이틀에 걸쳐 모든 교민들이 퇴소한 뒤, 16일 A 씨도 일주일간 생활한 경찰인재개발원을 나섰다. A 교수는 “덩달아 격리생활을 해야 했지만, 방안에만 계신 교민들을 생각하며 힘들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모두들 의료진의 안내를 잘 따라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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