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실상 알린 유튜버 이어 習주석 퇴진 주장 교수도 연락두절
공산당 이론지선 習주석 발언 공개, 초기대처 강조… 분노한 민심 달래
후베이성서 139명 추가 사망… 당국, 省 전체에 외출금지령 내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실상을 알려온 시민기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한 지식인이 잇따라 실종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여론이 악화되자 중국 정부는 뒤늦게 민심 수습에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병원 앞 승합차 안에 포대에 싸인 채 방치된 시신 8구를 동영상에 올리며 우한의 코로나19 확산 실상을 세계에 알린 팡빈(方斌) 씨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우한 병원과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참상을 고발한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 씨도 6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유튜브에 중국 전통의상을 소개하던 의류업자 팡 씨는 포대에 싸인 시신을 포착한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욕’ ‘독재’ 등을 언급하며 중국 당국에 강한 저항감을 나타냈다. 그가 올린 영상에 따르면 2일부터 중국 당국이 컴퓨터를 압수하고 집 문을 부수는 등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7일 올린 영상에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계정을 폐쇄당했다고 밝혔다. 9일 마지막 영상에는 붓글씨로 쓴 ‘인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라(全民反抗還政于民)’는 문구를 올렸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는 15일 “칭화(淸華)대 쉬장룬(許章潤) 교수의 친구들이 ‘며칠 동안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쉬 교수는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의 퇴진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글 말미에 “처벌을 당할 것이다. 틀림없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천추스와 팡빈의 이름이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현지 소식통들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국이 인터넷 검열과 여론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고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사태 초반에는 어느 정도 보도를 허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15일 시 주석이 3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밝힌 발언을 공개했다. 회의에서 시 주석은 “지난달(1월) 7일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통제에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고 22일 우한 봉쇄를 승인했다. 복합적이고 밀도 있게 정보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처음으로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20일보다 최소 2주 전부터 사태를 챙겨 왔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해당 연설을 공개한 것은 지도부가 초기부터 사태에 대응해 왔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설문 공개로 오히려 시 주식의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15일 “(연설문 공개로 인해) 시 주석이 초기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관련 책임을 지방 관리들에게 돌리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1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5일 하루 동안 후베이성에서만 1843명의 확진 환자가 새로 발생했고 139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하루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실이 부족해 환자들이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8일 문을 연 1600개 병상을 갖춘 중증 환자 격리병동인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은 15일 건물에 눈비가 새면서 환자 추가 수용이 지연돼 14일까지 환자를 483명밖에 수용하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은 16일 후베이성 전체에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가정마다 3일에 1번씩만 1명이 나가 생필품을 살 수 있게 하는 주거지역 폐쇄식 관리 방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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