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목소리로 교민들 마음까지 치료한 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건강상태 점검하며 직접 방송도

“펭수! 드디어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15일 오후 3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 EBS 인기 캐릭터 ‘펭수’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A 교수. 2주간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우한 교민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A 교수는 교민 임시생활시설에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입소를 자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의료진의 도움이 절실할 거란 생각에 나섰다. 그는 “입소 전날 교민 중 확진 환자가 발생해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감염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벗는 연습을 수십 번 했다”고 덧붙였다.

가정의학과를 맡고 있는 A 교수는 입소 전까지 방호복을 착용한 적이 없다. 생전 처음 고글을 착용하고 교민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데 습기가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글에 로션을 바른 뒤 닦아내면 습기가 잘 생기지 않는 걸 알게 됐다”며 “나름의 연구 끝에 얻어낸 결론”이라고 말했다.

특히 A 교수는 격리생활로 지친 교민들을 위해 직접 방송도 진행했다. 교민들이 문 앞에 사연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면, A 교수는 방송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들려주고 신청곡도 전했다. 펭수 성대모사도 연습해 들려줬다. 교민들은 펭수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전하며 화답했다. A 교수는 “방안에만 계신 교민들을 생각하며 힘들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모두들 의료진의 안내를 잘 따라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코로나19#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우한 교민#펭수#일산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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