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정시 40% 시대와 학생부종합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지난해 교육부는 서울시내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 모집인원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정시 모집인원이 증가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지원자는 이전보다 늘어날까, 줄어들까?

줄어들 것이다. 내신 성적이 조금만 하락해도 정시를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늘기 때문이다. 1학년 말이 되면 많은 학생이 부모에게 ‘엄마, 나 내신형 아니야. 나, 수능형이야’라고 이야기한다. 교과 성적이 조금만 하락해도 자신은 종합전형보다 정시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달 공부하는 학교 시험 성적도 안 좋은 학생이 3년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까. 쉽지 않다. 흔히 3년 내내 성적이 우수하면서 활동이 많아야 학종으로 합격한다고 생각한다. 3년 내내 성적이 좋은 학생은 학교에 한두 명밖에 없다. 대부분 학생의 성적은 오르락내리락한다. 내신 성적이 하락하면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고 정시 준비를 한다. 정시를 준비하더라도 학교 수업이 수능 준비의 기본이다. 좋아하는 과목은 포기하지 말고 고3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아하는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내신 성적이 4등급인 학생도 고3 때 2등급이 될 수 있다. 내신 성적을 받기 가장 좋은 때는 고3 때다.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시만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경쟁자가 줄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해서 평균 3등급이 된다면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기가 정시보다는 쉽다. 입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입시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 심리게임이다. 정시가 확대됐다고 해서 정시로 쉽게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정시는 자신의 부족한 성적을 향상시켜 총점을 끌어올리는 시험이다. 1점을 올리기 위해 싫은 과목을 공부하면서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학종은 총점보다 학생이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을 더 열심히 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국어를 잘하고 좋아하면 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좋아하는 과목을 미친 듯이 열심히 공부해서 잘하는 학생을 이길 사람은 없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해서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길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진로에 맞춰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학생의 과목 선택을 잘 안내해 준다면 학종의 취지가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종을 포기하고 흥미가 없어도 억지로 공부해야 하는 정시만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들이 ‘정시’라고 외칠 때 거꾸로 학교 수업에 최선을 다하며 진로에 맞춰 ‘나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외치기 바란다.

배영준 보성고 진로진학상담교사
#에듀플러스#교육#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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