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체육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체육 활동에서 길러지는 신체와 정신의 조화가 지식의 습득에 도움을 주고 인간관계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길러준다는 것이 체육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정훈 이수중 교장은 “AI(인공지능)와의 경쟁과 협업이 예고된 다가올 미래에서 인간만이 가지는 능력을 키우는 데 체육 활동이 적합하다고”설명한다.
체육 교육이 갖는 가치는 커져가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은 체육 교육의 확대는커녕 뒷걸음질 하고 있다. 한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체육시간은 주당 3시간이고, 고등학교는 주당 1, 2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 3학년 고교 체육시간은 자습시간으로 대체되기 일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한국의 청소년(11∼17세) 가운데 94%가 WHO가 권고하는 운동량에 못 미치고 있으며, 운동량이 부족한 여학생 비율은 97.2%로 146개 국가 중 꼴찌”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23학년도부터 대입 정시모집 인원이 40%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도 공교육에서 체육 교과의 설자리를 없애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체육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0교시 체육’을 활성화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고가 좋은 예다. 이 학교는 수업 시간 전 학생들에게 최대 심장 박동치의 80∼90%에 달하는 격렬한 운동을 시켰더니 참가학생의 17%가 학기 초보다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17% 향상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네이퍼빌 고교의 ‘0교시 체육’ 효과를 지켜본 근처의 중고교들도 ‘0교시 체육’을 도입하고 있다. ‘운동화를 신은 뇌’의 저자 존 레이티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 강연에서 “아이들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운동을 해야 한다”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포츠 팀에 합류하라”고 조언했다.
일선에 있는 체육 교사들은 학교 관리자의 의지에 의해 들쭉날쭉한 체육 교과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체육 교과 출신 교장이 있는 일부 학교에서만 체육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체육 교육의 가치 확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성철 교사(경기 광문고 체육교사)는 체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인생 전체에서 체육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2학년까지 정규 체육시간이 없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임 교사는 이의 해결을 위해 “교육과정 개편과 전문성을 갖춘 유아체육과 초등체육 지도자의 육성”을 제안했다. 또 고교 체육 수업을 앞으로 실시될 고교학점제와 연계한다면 체대 준비생들과 군인 및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체육 교육의 활성화가 법제도적으로 뒷받침을 받으려면 학생과 학부모, 사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한국체육진로교육협회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이 협의회는 2014년 체육진로교육 구현과 창의성·협력적 인성 등 미래역량 제고를 위한 체육교육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구성됐다. 1000여 명의 중고교 체육 교사 및 체대 교수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창립 이래 자유학년제 체육진로교육 지원과 이에 필요한 콘텐츠 개발 및 교사 연수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협의회를 만드는 데 산파역을 한 오정훈 교장은 앞으로 “체육 교사들이 나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체육 교육이 가진 장점을 널리 확산시켜, 건강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체계적인 학생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도 “유아 청소년기의 체육 활동은 평생 건강의 기초를 쌓아야 하는 인생 전반기에 꼭 필요한 활동이다. 청소년기의 많은 문제가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정부와 지역사회, 각급 학교는 건강과 체육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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