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불안하다”며 몸을 잔뜩 사리는 모습이다.
19일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15명이 추가로 발생해 국내 누적 확진자수가 46명으로 늘었다고 밝히자 지역 기반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걱정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15명 중 13명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무더기로 발생한 데다가 15명 중 3명의 감염경로가 불명확해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였다. 이들을 감염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31번째 환자도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감염자다.
대구 지역 맘카페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가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걱정이 돼서 일이 손에 안잡힌다’,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오는 것 아니냐’ 등 글이 올라왔다.
뉴스1이 만난 시민들도 대체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전했다.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감염경로가 ‘해외여행력’, ‘확진자 접촉력’ 등 2가지로 좁혀졌으나 최근에는 이 두가지에 모두 해당하지 않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걱정이 더 커지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63)는 “중국 방문이력이 없는데도 확진 판정이 나오는 걸 보면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을 실감한다”며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려고 가방과 차 등에 마스크를 갖다 놓았다. 외출도 자제하고 3월에 가려던 여행 계획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 한 대형쇼핑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이제는 중국 여행자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본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마스크와 장갑 착용, 손세정제 사용 등 위생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씨(61) 역시 “사람 많은 곳은 최대한 꺼리고 있다”며 “친구들과 1주일에 1~2번씩 진행하던 모임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시작하자고 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15명 중에는 11세 여아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미성년자가 감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시름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에 직장을 두고 있는 황모씨(34)는 “밖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이달 말에 아이 100일 잔치가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가 우려돼 잔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11세와 7세 자녀 두 명을 키우는 이모씨(34·전북 정읍 거주)는 “미성년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조심하면 괜찮다’는 말은 이제 신뢰를 잃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 10주차에 접어든 직장인 지모씨(31·서울 거주)는 “치사율이 높지 않은 병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있는 몸이라 더 조심하게 된다”며 “기침하거나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 곁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감시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 이천에 거주하는 오모씨(39)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하거나 집단 감염자가 나오는 사례를 정부가 심각하게 인지하고 사후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을 따지는 게 아니라 전파 자체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가 방역망 통제 범위를 벗어나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조치를 단계적으로 높여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지역사회 감염을 단언할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치하겠다는 뜻이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특성상 국소적 지역사회 감염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측했다”며 “지역사회 전파는 이전에도 일부 있었을 것이고 오늘 그 사례(대구 집단 확진자 발생)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지역사회에 환자가 얼마나 있을지, 환자의 생활반경 등을 중심으로 역학조사 방향을 바꾸는 것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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