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79)이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보다 형이 2년 늘어났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통령 등 공직자가 재임 중 행위로 뇌물 혐의를 받을 경우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재직 중 저지른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을,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취소와 함께 구치소 재수감이 결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청구한 보석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해 3월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에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119억여 원을 대납하게 한 것을 포함해 163억 원가량의 뇌물을 챙기는 등 16개 혐의를 받는다.
기소 당시에는 뇌물 혐의액이 111억여 원이었으나, 항소심 진행 중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액 51억여 원이 늘어났다.
앞서 1심은 85억여 원의 뇌물 혐의와 246억여 원의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로 8억여 원의 뇌물 혐의액을 인정해 형량도 높였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다스 회삿돈 횡령액으로 인정한 약 247억원을 모두 옳다고 봤다. 또 1심에서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한 5억원 부분에 대해 추가로 인정해 2심에서 인정된 총 횡령액은 252억원으로 늘어났다.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에 대해 1심에서는 61억8000만원이 유죄로 인정됐는데, 2심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한 것까지 합쳐 총 약 119억원 중 약 89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1심보다 27억여원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받은 뇌물 인정액은 1심의 23억여원에서 4억여원으로 19억원 줄었다.
그 외 혐의 등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본인은 뇌물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을 감시·감독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집행해 국가기관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위에 따른 의무를 저버리고 공무원,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부정한 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과 다스가 받은 뇌물 총액은 약 94억원에 달해 액수가 막대하다”며 “또 뇌물 수수 방법이 외국 회사를 이용하거나, 제3자를 통해 그 수법이 은밀해 잘 노출되지 않았다.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에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일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특별사면권을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고 다스의 직원과 공무원들, 삼성그룹 직원 등의 허위진술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등 반성과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은 서울 동부구치소에 다시 수감됐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