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안전 불감증’ 총선 이슈로 떠오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사고 반복돼 주민에게 불안 조성”
후보들 재발방지 대책 강력 촉구, “과도한 총선용 공세” 자제 당부도

방사성물질 방출에 항의하는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제공
방사성물질 방출에 항의하는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제공
방사성물질 방출을 비롯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잇단 사고가 대전지역 4·15총선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잊을 만하면 사고가 반복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정당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총선 후보들은 연일 연구원의 안전 대책 미흡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는 과도한 총선용 공세라며 오히려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물질 방출 사건 중간조사 결과’를 통해 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에서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 방사성 핵종이 방출됐다고 밝혔다. 관리자의 운영 미숙으로 이 시설에서 흘러나온 오염수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원자력연구원은 정문 인근 하천 토양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세슘137 핵종의 방사능 농도가 최근 3년간 평균(kg당 0.432Bq)의 59배에 달하는 25.5Bq(베크렐)까지 치솟았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정문에서 검출된 세슘의 농도를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최대 연간 0.014mSv(밀리시버트)로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달 초 원자력 시설을 감시·조사하는 권한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뿐 아니라 유사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은 2017∼2018년 원안위 정기검사에서 핵연료 물질을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5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시는 연구원 측이 이번 사고를 늦게 알려오는 바람에 시민들에게 제때 전할 기회도 놓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의당 김윤기 예비후보는 18일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원자력연구원 인근 하천에서 시료를 채취해 민간 원자력감시기구에 보내는 퍼포먼스를 벌인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후보는 “2004년 우라늄 분실과 2011년 하나로 원자로 백색 비상, 각종 화재 사고, 핵폐기물 무단 반출 등 원자력연구원의 반복된 사고로 인해 대전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현역인 이상민 의원은 “원자력연구원 시설 노후화와 안전 불감증으로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전체 시설물과 부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 안전정보 공개소통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시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협의회 위원장이기도 한 환경운동가 출신의 같은 당 김종남 예비후보는 “원자력연구원을 주변에 두고 있는 대전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하나로 원자로와 방사성폐기물 중간 저장시설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만들고, 원자력 시설 주변 지역 지원 법률 제정과 원자력안전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김소연 예비후보는 “원자력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세슘 유출량은 안전을 위협할 수준이 전혀 아닌데도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먹거리, 에너지 수급에 대한 대안이 없는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공포심을 부추기고 원자력연구원의 폐쇄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과 토론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국원자력연구원#대전#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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