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지하상가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납부를 8월까지 유예한다는 시의 정책 발표를 기자가 전하자 한 상인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결국은 8월에 한꺼번에 내라는 거 아니냐, 평소에도 불황으로 월 200~300만원 간신히 벌었는데 이번 달엔 100만원 뿐이다’며 ‘법 때문에 감면이나 면제는 불가능하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상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건너편 옷가게 주인도 일찌감치 영업을 종료하고 떠났다.
지난 주 주춤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에게 또다른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바로 ‘공포감 바이러스’다.
23일 오후 모처럼 화창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회현역과 종각역 지하상가는 행인도 없고 대부분의 매장이 셔터를 내리거나 불이 꺼져 있었다. 출입문 앞에 주기적으로 방역을 한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지만 시민들의 ‘공포’를 가라앉히기엔 무용지물이었다.
명동도 다를 바 없었다. 다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며 손님들을 끌어모으던 화장품 가게 앞도 썰렁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손님들이 손잡이를 잡는 것을 두려워하자 아예 문을 활짝 열고 영업하는 곳도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한 신발 가게는 손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대에 마스크를 진열해 팔고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이 ‘공포 바이러스’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상인들의 시름은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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