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타다는 무죄” 이재웅의 고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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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에서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우버’가 시작됐습니다.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로 주목받으며 우버는 전 세계 150개 이상 도시로 퍼져 나갔습니다.

19일 많은 사람의 관심이 서울중앙지법으로 쏠렸습니다. ‘불법 콜택시 영업이냐’ ‘기사 딸린 합법적 렌터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타다’ 서비스에 대한 1심 재판 선고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를 출시한 쏘카의 이재웅 대표(52·사진)와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35)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타다는 승합차를 빌려주고 기사도 알선해 줍니다. 쏘카 측은 타다가 자동차 운송사업이 아닌 대여사업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서 대여사업자에게 알선을 허용하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사들은 타다와 알선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라는 겁니다. 택시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타다가 사실상의 택시 영업을 하는 점을 들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1심 재판부는 타다가 ‘불법 콜택시’라는 주장에 대해 “고전적 이동수단의 오프라인에서 사용 관계에 기초해서 처벌 조항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어떤 행위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범죄의 구성 요건인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이 충족돼야 합니다. 또 주관적 요건으로 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타다의 서비스가 유죄로 인정할 객관적, 주관적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타다 서비스는 ‘초단기 승용 임대차’에 불과하고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 역시 렌터카 이용의 편의를 위한 계약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자동차 운송계약이 아닌 것으로 봤습니다.

1심 선고 직후 이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타다는 무죄다. 혁신은 미래다”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발도 거셉니다. 파견 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보느냐, ‘노동자’로 보느냐에 따라 또 다른 쟁점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만약 노동자성이 인정될 경우 노동법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도 최근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빠른 시대 변화로 인한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아래의 임시 근로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여러 주(州)가 기사들의 피고용인 지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비자 선택과 혁신의 관점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법률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1886∼1959)은 물질문화와 비물질문화의 변동 속도가 달라 나타나는 부조화 현상을 ‘문화 지체(cultural lag)’라고 정의했습니다.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극심한 갈등과 지루한 사법 절차 대신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방법을 모색하자”는 타다 재판 1심 담당 판사의 당부가 여운을 남깁니다.

박인호 한국용인외대부고 교사
#타다 서비스#쏘카#이재웅 대표#문화 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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