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국내외 전문가들 장기전 예고
“잠복기 짧고 전염력 강해 급속 전파… 경증환자 회복 빨라 사망 거의 없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적어도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를 고려할 때 앞으로 당분간은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산지수는 한 감염자가 총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는지 나타내는 수다. 재생산지수가 2라면 확진자 1명이 평균 2명에게 병을 옮긴다는 의미. 이를 통해 유행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약 2.2다. 오 교수에 따르면 재생산지수가 2.2인 경우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뒤부터 확진자가 늘기 시작해 두 달째에 유행의 정점을 찍는다. 앞서 중앙임상위는 우리나라의 재생산지수를 2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 수치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최소 한 달간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빠른 전파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한 달 정도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감염력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며 “잠복기도 굉장히 짧고 증상 초기에도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집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해외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 성인 인구의 4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 내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성인의 25∼40%가 증상을 보였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까지 고려하면 (인플루엔자보다) 더 높게 수치를 잡는 게 타당하다”며 “궁극적으로 코로나19는 쉽게 억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은 높지만 경증환자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폐렴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환자가 폐렴이 있어도 증상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였다면 인공호흡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폐렴 증상이 심해도 코로나19 환자는 코 줄로 산소를 넣으며 안정시키면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중증도와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가벼운 폐렴을 앓는 경증 환자나 폐 염증(침윤)이 50% 이상 나타난 중증 환자 중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없었다. 호흡 곤란, 패혈증 등을 동반한 심각 환자 중에서만 사망자가 나왔다. 오 위원장은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사망률이 높다”며 “젊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의 0.1% 정도”라고 설명했다.
립시치 교수도 “유행 독감 수준은 아니지만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치유가 된다”며 “다만 65세 이상은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