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명옥 씨(60·여·서울 강남구)는 대구행 고속철도(KTX)에 올랐다. 집을 나서던 그에게 딸은 “엄마, 죽으러 가냐”며 말렸다. 오후 3시 45분 동대구역에 내린 서 씨는 대구시의사회로 향했다. 그는 영상의학과 의사다.
서 씨는 전날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작성한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하자”고 적은 호소문을 보고 대구행을 결심했다. 그는 “호소문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급히 대구로 내려왔다”며 “언제 집에 갈지 몰라 아예 여행가방을 싸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지금 대구에 의료진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고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강남구보건소장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우리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럴 때 의사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호소에 답한 건 서 씨뿐만이 아니다. 하루 사이 260여 명이 “내가 가겠다”며 대구시의사회에 연락했다. 지원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현홍 씨(66)는 “나처럼 늙다리 내과의가 쓰일 데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 중인 조 씨는 전날 아내와 상의한 뒤 다음 주부터 휴진하기로 했다. 조 씨는 “이런 상황에서는 좌고우면할 것 없다. 나이 많다고 따질 것도 아니다. 도울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으면 누구든지 다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모든 분들이 사정이 있을 텐데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긴 싸움이 되겠지만 정말 든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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