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상은 중증환자만, 의료진 격리는 완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하루 확진 최대폭 284명 급증… 코로나 장기전 대비하자
경증환자 병원 안몰리게 분산 필요… 의료진 격리기준 바꿔 공백 막아야

2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5층에 자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지원상황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아달라는 긴급 요청이 접수됐다. 호흡 곤란으로 상태가 위중해져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직 의사가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갖춘 전국 29개 병원에 연락해 빈 병상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병상이 없었다.

오후 11시 30분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 “26일 오전 10시 이후 입실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음압병상 5개 중 4개를 의심환자가 사용 중인데 한 곳을 비울 수 있다는 것. 환자는 약 15시간을 기다린 끝에 26일 오전에야 음압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26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284명 늘어난 1261명. 하루 증가 폭으로 최대다. 첫 환자 발생 37일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12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전국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실은 161개, 병상은 198개다. 하지만 가동률이 이미 100%에 육박하면서 25일 오후 한때 빈 병상이 없는 상태(풀 베드·full-bed)가 됐다. 이날 오후 현재 대구의 경우 환자 710명 중 408명(57.5%)만 겨우 병원에 입원했다. 비교적 경증인 302명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이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실 이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지역 환자 증가에 대비해 미리 자가 격리 기준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경증 환자들이 병원으로 쏟아져 나와 병상 부족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정밀한 자가 격리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밀접 접촉이 아닌 의료진의 자가 격리 해제 기준을 적절히 완화해 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민 min@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병상 부족#장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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