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구청, 한기총 등 천막 철거 완료
대책위 "코로나19는 핑계일뿐...탄압"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등 4명 연행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의 천막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27일 오전 약 2시간 만에 완료됐다. 천막 안에서 철거에 맞서던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는 행정대집행 후 결국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부터 9시45분께까지 정부서울청사 옆 세종대로 일대에 마련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4개 단체 7개 천막을 대상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세종로소공원에 설치된 한기총 등 천막에 대한 집행은 빠르게 끝났지만, 시민대책위가 세종대로 교통섬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 대한 철거를 막아서면서 약 2시간 동안 강경한 대치가 이어졌다. 이 천막농성장은 세종로소공원 내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와 시민분향소 관리 등 목적으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지내는 곳이다.
천막을 철거하려는 구청 용역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대책위 간 대치가 길어지면서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격해지는 한편 천막의 철골 구조물이 쓰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등 총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문 기수의 아내 오씨를 포함해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및 인권활동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등 모두 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따르면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구와 경찰, 소방 등에서 1350명의 인력과 트럭, 지게차 등 10대의 차량이 동원됐다. 돌발 위험상황 발생에 대처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 1000여명과 응급구호, 의료지원을 위한 소방 50여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철거명령과 행정대집행계고 2회 등 자진철거를 위해 노력했지만 장기 불법 점거에 따라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시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가피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행정대집행에 소요된 비용 약 5000만원을 각 집회주체에 청구할 방침이다.
시민대책위는 행정대집행 직후 긴급 입장문을 내고 “공공기관 마사회의 책임기관인 정부에 호소해 온 유족과 시민들의 애끓는 외침을 외면과 무시로 일관한 문재인 정권이 (고 문중원 기수 사망) 91일 만에 내놓은 대답은 고인의 빈소 강제철거와 시신탈취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진상규명 등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진지한 노력의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유족들과 대책위는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 집회를 스스로 취소하는 등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정권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으라면 우리는 더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겠다”며 “정부가 스스로 촛불의 정신을 부인하고 배신하는 한 이 정권이 촛불을 계승한 국민의 정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29일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주장하며 이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채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시민대책위는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추모문화제·청와대 앞 108배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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